글은 생활에 밀린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설거지를 이틀만 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이삼일 방치하면 집안에 냄새가 진동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가계부 정리, 자동이체, 신용카드 할인 등을 체크하고 정리했다. 내가 체크하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아서들 잘 인출해가지만 그 최소한의 확인마저 손을 놓으면 금방 가계가 흐트러지는 느낌이 든다. 귀한 생명을 다루는 육아는 또 말해뭐할까.
글은, 쓰지 않는다해도 당장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밥이 나오는 것도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게 글은 늘 뒷전이다. 시간이 남거나 하지 않고는 못배길만큼 할말이 목끝까지 찬 이야기가 있을 때라야 쓰곤했다. 그런데 늘 이렇게 뒷전이고, 좋아한다면서 일상에서는 내게 푸대접받곤하는 이 일이, 하기만 하면, 그냥 좋았다. 항상 좋았다. 쓰고나서 아침에 눈뜨면 부끄러운 적은 있어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살면서 이렇게 좋기만 한 것도 참 드문데. 내게 늘 이렇게 뒷전인 글쓰기. 뒷전인채로 있더라도, 꾸준히만 하고싶다.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22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