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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는 Jun 29. 2022

브런치를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저는

 어디에서든 내려다보면 바다가 보이는 곳


 제주에서 생존중인 비혼 여성입니다. ‘생존’이라고 붙인 것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제주에서 저는 제주말로 소위 ‘벨난 아이’(별난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은 제주에서 왔다고 하면 아름다운 제주에 사냐며 부럽다고 탄식을 터뜨렸지만, 정작 부모님 모두 토종 제주 도민인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주 탈출을 꿈꿨습니다.


 어디에서든 내려다보면 바다가 보이는 곳. 누구는 운치 있다 하겠지만, 제게는 어디든 발 닿을 곳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 어장 안에 잡아둔 물고기 마냥 답답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겪고 싶다’


 이 열망 하나로 제주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벗어나 기숙사 생활을 했고, 20대의 절반은 서울에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희귀병에 걸리고 제가 간병을 하게 되며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로 귀향했습니다. 젊은 나이 강제 귀향으로 제주에 와서도 오랜 시간을 방황했습니다.


  제주에서 살기엔 벨난 아이. 제주 도민의 정체성도, 완전히 육지 사람의 정체성도 갖지 못하고 그 중간에서 표류하는 삶.


 마음속에서 사그라들지 않는 거친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일을 그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났습니다. 영국과 뉴욕에 오로지 뮤지컬을 보러 가기도 하고, 더 이상 영어로 돈 벌기 싫으니 스페인어를 배우겠다며 배낭을 메고 훌쩍 남미로 떠났습니다.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채 귀국해 이번엔 표류하지 않고 정착해보겠다며 호기롭게 학원을 창업했지만, 창업 3개월 만에 코로나 발병.


  이후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들뜨고 보채지 않고 욕심을 내려놓으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나를 제주로 부른 가족, 그리고 과거의 나와 화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불확실성의 세계를 표류하는 여행자


 몸은 제주에 정착했지만 마음만은 여행자의 정체성으로 세상을 표류하는 저의 일상과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 거기에 따수움을 한 스푼 얹어서 제 글을 읽는 독자들이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정착’과 ‘안정’을 귀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지만, 손에 쥐어지지 않는 안정감에 좌절하고 슬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벗어나 기꺼이 불확실성의 바닷속으로 뛰어든다면, 이전보다 더 단단하게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글은 주로 제주에서의 비혼 일상이 되겠지만, 거기에는 여행기를 비롯해 30대의 눈물겨운 창업 실패기와 질병 극복기, 인간관계와 사회에 대한 고찰이 들어갈 것입니다. 또한 여행자의 정체성을 갖게 된 저의 과거를 돌아보며, 가족과 세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같았던 20대의 저와 화해하는 과정을 써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 모두 불확실성의 세계를 표류하는 여행자로서 지치지 않고 헤엄칠 수 있기를, 저의 일렁이는 파도가 누군가에게 닿아 잔잔한 물결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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