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애정과 껄끄럼 사이, 일본

by 국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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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과 껄끄럼 사이, 일본

-여행과 사색의 기록-


제1부


프롤로그



우리는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른다. 또 서로가 흑과 백처럼 다르다고도 말한다. 왜 그럴까? 이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세계 제패의 꿈을 꾸었으며, 또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오늘의 일본을 있게 한 국민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나는 일본에 대해 이런저런 물음을 품으며 살아왔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땅을 직접 밟게 되었다. (2003 )


일제 식민 지배로 억압받았던 부모 세대의 아픔과 분노는 아마도 그 세대가 사라지기까지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역시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며 자랐기에, 부모 세대처럼 일본의 침략성을 멸시하고 욕설을 퍼붓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 곳곳에서 일본을 모방하려는 분위기를 보며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수년 전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 국민의 모습은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폐허가 된 극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서로를 돕는 모습은 가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한때 한국의 여기자 출신이 『일본은 없다』라는 도발적인 책을 내자, 곧이어 외교관 출신이 『일본은 있다』라는 책을 내어 그녀의 경솔함을 크게 나무랐다. 전자는 일본 젊은 세대가 사치와 성도덕의 문란 속에서 가치관을 잃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후자는 “패전을 딛고 국제무대에 다시 등장한 일본은 주도적 세력으로 존재하며, 국제적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강대하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화두를 결코 버릴 없다라고 썼다.


또한 나는 한국에 살던 일본인이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한국, 한국인』이라는 책도 읽었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부끄럽기도 했고, 우리 조상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일본이 우리에게 문화를 배워 갔다는데, 왜 지금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일본보다 50년이나 뒤처진 것일까?

이런 풀리지 않는 질문을 안고, 나는 수없이 ‘일본은 누구인가’를 물어 왔다.


일제강점기 때 초등학교를 다닌 어머니는 학교 교장딸과 친하게 지내며 집을 여러 번 방문해서 놀았다.


일본사람의 친절, 예의, 청결함을 늘 얘기했고, 그 시절을 그리며 배울 점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친일 적인 엄마와 학교에서 배운 악독한 일본을 생각하며 얼마나 혼란스러웠던가.

일본에 대해서 깊이 있게 배우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

여러 차례 일본 여행을 계획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고, 마침내 오늘에야 우여곡절 끝에 일본 땅을 밟았다.

일주일 동안의 여정은 도쿄에서 시작해 하코네, 나고야, 교토, 나라, 오사카, 그리고 후쿠오카까지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가을날, 나리타 공항에 도착


지루한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가을비가 내려 도시가 흠뻑 젖어 있었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을 맡아 안내한 가이드는 ‘목()상’이라고 불러 달라는 희귀한 () 가진 청년이었다. 그는 15 유학을 계기로 일본에 정착해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고 했다. 버스는 목적지인 도쿄 시내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가이드는 일본과 도쿄의 이모저모를 간략히 소개했다.

일본은 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국토는 한국의 1.7, 인구는 1 2천만 .


호텔에 여장을 , 저녁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섰다.


밤길을 5분쯤 걸어 도착한 곳은 예쁜 종이 등이 아기자기하게 걸려 있는 먹자골목.


속의 작은 음식점이 우리의 발길을 맞았다. 일본에서 처음 맛보는 본고장의 음식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일었다. 은은한 불빛, 운치 있는 실내 분위기는


나그네의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 주었다.


작은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은 식욕을 돋우었다. 이어 우리가 익숙한 샤브샤브 고기가 차려졌다. 싱싱한 고기를 끓는 물에 넣어 쏘오스에 찍어 정신없이 먹었다. 달짝지근한 일본간장 맛이 음식 전반에 배어 있어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장시간 비행의 피로 속에서도


도쿄의 작은 음식점이 풍기는 정다움에 마음은 따뜻해졌다.


늦은 , 넓은 싱글룸에 들어서자 문득


‘나는 혼자이구나’ 하는 나그네의 쓸쓸한 바람이 몸으로 스며들었다.


수년 전부터 매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해 왔지만, 단신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야의 세계 일주 여행기를 읽고 그녀의 용기에 감탄하며, 또한 스스로의 용기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같다. 물론 그녀에 비하면 나는 안내자와 함께 고급 숙식을 누리는 호사스러운 여행길이지만, 독방 신세의 외로움만은 피할 없었다.


젊어서는 나는 여행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지금도 직업상 오래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두 눈으로 보고 배우려는 열망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보고, 순간순간의 느낌을 메모하며 여행을 이어간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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