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15. 유럽고전주의 꽃, 바이마르

by 국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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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유럽고전주의 꽃, 바이마르

- 괴테와 실러를 찾아 -

바이마르는 독일 중부, 구동독 지역에 위치하며 9세기부터 도시 형성이 시작되었다. 18세기에는 독일 고전주의 문화의 꽃을 피우며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곳은 괴테와 실러가 우정을 나눈 곳이자, 그들의 묘소, 국립박물관, 실러 생가 등 다양한 유적을 만나볼 수 있는 도시다.

조식 후, 괴테가 교수로 재직했던 예나를 출발해 30여 분 만에 바이마르에 도착했다. 그 길은 짧았지만, 독일 정신의 지층을 따라 내려가는 여정처럼 느껴졌다. 도시 중심부의 독일 국립극장 앞에는 월계관을 쓴 괴테와 두루마리 작품을 든 실러의 청동 기념비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두 인물은 바이마르와 독일 고전 문화의 영원한 상징이다.


바이마르 공국의 공작 아우구스틴은 26세의 괴테를 측근으로 초청했다. 괴테는 이곳을 문화 도시로 만들고자 했다. 유명 화가 크라나흐와 작곡가 바흐까지 초대했던 바이마르는 인구가 늘고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공작이 하사한 저택에서 살았던 괴테의 집은 지금 국립박물관으로 보존되어 있다. 프랑크푸르트 생가 못지않은 궁전 같은 이 저택에는 6,500권의 장서가 전시되어 있다. 괴테는 이곳에서 16세 연하의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는 공원을 걷다 그녀를 만나 600통이 넘는 연애편지를 주고받았으며, 83세의 나이로 이 집에서 생을 마쳤다.

괴테의 여름 전원주택은 크지 않았으나,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책로가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살롯테 폰 슈타인 부인과 자주 만나 연정을 나누던 장소이기도 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티브였던 그녀는 이미 일곱 자녀를 둔 유부녀였고, 괴테와 10년간 1,6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그러나 괴테는 돌연 이탈리아로 떠났고, 귀국 후 크리스티아네와 결혼했다. 배신감을 느낀 슈타인 부인은 편지를 돌려 달라 요구했다.

그녀의 묘소에 들러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세기의 천재 괴테와 함께 기억되는 여인이 되었으니, 지금쯤은 평온하지 않을까.

괴테는 수많은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으나, 베출라어에서 첫사랑에 실패했다.

그 동네 청년 예루살렘의 권총 자살 사건은 그의 손에서 불멸의 소설로 환생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배경이 된 예루살렘의 집도 지금은 관광지로 방문했다. 나폴레옹마저도 이 소설을 옆에 두고 읽었고, 내 책꽂이에서도 이제는 종이까지 누렇게 변한 고전으로 남아있다.

괴테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존재는 친구이자 후배인 프리드리히 실러이다.

괴테는 10년 연하의 실러를 예나 대학 교수로 추천했고, 함께 희곡을 집필하거나 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으로, 『빌헬름 텔』과 함께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괴테는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난 그를 끝내 잊지 못했고, 언젠가 “실러가 살아 있었더라면, 나는 더 나은 괴테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썼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정신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생전 수많은 여성 편력이 있었지만, 괴테는 사후 실러 옆에 묻히기를 원했다.

괴테의 진정한 정신의 연인은 실러가 아니었을까.

바이마르 궁정 묘지에 나란히 묻힌 것을 돌아보며 그들은 독일 문화로 바친 경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의 타운홀 광장을 걸으며 상인들의 노점도 구경하고, 괴테가 머물렀다는 엘레판트 호텔 입구에 서서 그 시절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바이마르를 걸을수록 이 도시는 단순한 옛 수도가 아니라, 이성과 감성, 자연과 자유를 동시에 품으려 했던 독일 고전주의의 실험장처럼 느껴졌다.

20세기 초, 같은 도시에서 바이마르 헌법이 제정되었다는 사실 또한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법으로 구현하려 했던 그 시도 역시 실러의 정신을 닮아 있다.

그러나 히틀러의 집권으로 바이마르는 어둠 속으로 추락했던 역사를 지닌다.

문화와 정치, 이상과 폭력이 겹겹이 쌓인 이 도시야말로 독일의 축소판이었다.

베츨라어의 첫사랑, 라이프치히의 학창 시절, 바이마르의 우정과 황금기. 괴테의 삶은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면서도 하나의 정신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바이마르의 골목을 걷는 동안 문득 깨닫는다.

괴테가 숨 쉬고, 실러의 목소리가 낮게 울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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