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꿈꾸느라고 한숨도 못 잤어. 누군가에게 계속 쫓기는 꿈을 꿨는데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려...'
부스스한 모습으로 잠에서 깨어난 남편은 기분이 안 좋다고 한다.
꿈속에서 누가 계속 쫓아와서 도망 다니느라 힘들어 죽을 뻔했다고 하면서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키 크는 꿈을 꾸는 거야? 그런 꿈은 내가 꿔야 되는데 말이야 '
(키큰남/키작녀)
어렸을 때 쫓기는 꿈을 꿨다고 하면 키 크려고 그런 꿈을 꾼 거라고 어른들이 이야기하셨던 기억이 난다.
꿈(수면 중의 심리현상)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뇌의 일부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기억이나 정보를 무작위로 재생하는 것이다. 잠꼬대도 뇌의 일부가 깨어있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꿈을 꾼다고 한다.
누구나 잠자는 동안 꿈을 꾼다고 한다.
꿈을 꾸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경우도 있고,
기억이 전혀 안나는 경우도 있다.
잠이 좀 많은 나는 베개에 머리만 닿아도 바로 잠들어버리는 일명 잠순이다.
그래서 꿈을 꾼 것 같은데 전혀 생각이 안 난다.
아침에도 알람소리가 없으면 제시간에 못 일어날 정도로 잠이 많아서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기도 하다.
반면에 남편은 예민한 편이라 째깍거리는 시계소리도 신경이 쓰여서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꿈도 자주 꾸고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어서 꿈얘기를 자주 들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잠이 많아서 꿈을 기억 못 하는 내게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꿈이 있다.
내가 5살 무렵에 시골집에 혼자 있는데
눈부실 정도로 화사한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엄마가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엄마는 혼자가 아니고 내 또래의 여자아이를 옆에 꼭 끼고 있었다. 순간 나는 질투심에 그 여자아이한테 돌팔매질을 마구 해댔다. 그래도 엄마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저 웃기만 했다. 내가 잔뜩 화난 얼굴로 계속 돌을 던지니까 엄마는 그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일어섰다. 엄마가 나가면서 내 곁으로 와서 웃으면서 귓속말을 했다.
'003-0000 여기로 전화해라'라는 말을 남기고 엄마는 그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유유히 사라졌다.
1997년도 9월에 엄마가 돌아가셨고, 그 후 한 달쯤 지났을 때 꿨던 꿈 이야기다.
꿈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나서 엄마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화를 받으셨다.
'사실은 엄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
혹시 주변에 누가 돌아가신 분이 있느냐' 고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최근에 돌아가신 분은 없다고 했다.
엄마가 정말 화사한 모습이었고, 또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저 먼 곳에서도 좋은 사람 만나서 편하게 잘 사시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한테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로또 번호네. 복권을 샀어야지!'
라고 말을 한다.
그때는 엄마 없는 슬픔이 너무 컸기 때문에 로또복권은 생각조차도 못했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전화번호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003-0000' 3 숫자는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하긴, 로또 당첨된 사람들도
조상님이 꿈속에서 번호를 알려줬다고
얘기하는 사례도 많았던 것도 같다.
그때 로또복권을 샀으면 지금쯤은?
나는 생각한다.
꿈속에서의 화사한 엄마모습이 곧 엄마가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계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준 듯하다.
엄마가 알려준 그 전화번호는 안일한 요행을 바라지 말고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가끔 로또복권을 산다.
엄마가 보여준 숫자 3의 행운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