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겟집 딸 주머니가 항상 두둑한 이유

by 글나라

주말에는 한 번씩 대형마트에 들러 평소에 혼자서 들고 올 수 없는 묵직한 생활용품들을 사 오게 된다.

평일에는 한산하던 마트도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북적 모처럼 활기를

띠게 된다.

끌고 다니는 카트마다 한가득씩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니 고향에서 구멍가게를 했던 친구네 집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고향 마을은 꽤 크고 가구수도 많았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첫 번째로 만나는 집이 담배가게, 친구네 집이다.

'담배'라는 작은 입간판이 달린 가게는 시골의 어느 마을이나 하나씩 있었다.


지금처럼 대형 마트가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농사일에 바쁜 마을 사람들은

외출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었다.

그래서 마을에 있는 담배가게가 물건을 살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가게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5일마다 열리는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읍내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핑곗거리였던 것이다.


그때는 따로 용돈이라고 정해놓고 받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명절 때 친척들이 다녀갈 때 조금씩 손에 쥐어주는 게 전부였었다.

그래서 시골 아이들은 누군가 과자라도 하나 사들고 오면 그 아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들어

'나도 한입'을 외치며 병아리처럼 입을 내밀고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동네에서 가게를 한다고 해서 그 집이 결코 잘 사는 것은 아니었다.

구멍가게를 하는 친구네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머니를 비롯해 부모님과 6남매가 한 집에서 복닥거리면서 살고 있었다.

부모님이 농사일에 한창 바쁠 때는 그 집 형제들이 번갈아가면서 가게를 보게 되는 날이 많았었다.


옛날에는 카드가 있었던 것도 이니었고,

전부 다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살 수밖에 없었다.

친구도 가게를 맡아서 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덕분에 친구의 주머니에는 항상 돈이

두둑하게 들어 있었다.

일명 부모님 모르게 '삥땅'을 친 것이다.

(*삥땅: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할 돈의 일부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

친구는 그 돈으로 과자도 잘 사 먹었고

친구들한테도 인심 좋게 잘 나눠주기도 했었다.


가게는 항상 동네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도 맨날 팔아봤자 손해라고 친구의 부모님은 혀를 끌끌 차시곤 하셨다.

자식들의 소행을 어디 모르셨을까?

다 아시면서도 자식들이 어디 가서 기죽을까 봐 그냥 모르는 척 속아 주셨던 것이다.


어렸을 때 가게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덕분인지 친구의 암산 실력은 월등하게 뛰어났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마트에서 잘 정돈된 물건들을 보면 어릴 적 고향마을 친구네 담배가게가 떠오르곤 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었던 친구네 담배가게 간판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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