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하늘은 눈이 부실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하얗게 몽글몽글 피면서 가슴을 콩닥콩닥 설렘으로 물들어 버렸던 벚꽃 잎은 이제
거의 다 떨어지고, 여린 초록잎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날씨는 사람의 기분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가지고 놀다 제 멋대로 던져놓고 가 버린다.
봄비 내리는 날에는 괜스레 센티하게 만들어 버리고는 거들떠도 안 보고 도망가 버린다.
여기에 비와 어울린다는 핑곗거리를 볼모로
입이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비 오는 날에는
향기 좋은 따뜻한 커피가,
빗소리를 닮은 타닥타닥 부침할 때 나는 기름소리가,
꼬들거리는 라면의 한 젓가락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에는
부단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
'봄바람 휘날리는~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지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장범준의 '벚꽃앤딩' 노래가 울려 퍼지는 듯
거리에는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날씨가 그냥 집안에 가만히 눌러 있게 놔
두지를 않는다.
어디로 갈 데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도
크로스가방을 걸치고 휴대폰만 손에 들고
나오면 된다.
동네 스타벅스에서 캐시워크로 모아 놓은
캐시로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평일 한낮인데도 자리는 거의 만석이다.
혼자서 핸드폰을 들어다보고 있는 사람,
노트북을 앞에 놓고 키보드를 만지고 있는 사람.
중년의 친구들이 모여 폭풍수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카페 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하다.
내 옆 테이블로 유모차 한 대가 들어온다.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아기엄마 틈 사이로
떡뻥을 든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먼발치서 웃으면서 까꿍! 해봤지만, 낯선 얼굴을 익히려는 듯 손에 쥔 떡뻥만 만지작거리며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아기는 천사다. 엄마가 까꿍 하면서 눈을 마주하니까 금세 아기의 웃음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진다.
아기를 태운 유모차가 떠나고 나간 자리에
또 다른 팀이 자리한다.
카페에 들어온 지 50분이 지나가고 있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응원가로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집에서는 TV를 켜놓은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카페 안에서는 오히려
글이 잘 써지는 것 같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커피챗이 유행이라는데
내가 마치 일행들 기다리는 커피챗하는 주인공이라도 된 듯 우쭐해진다.
오늘은 별 주제 없이 카페에 앉아 혼잣말처럼
주절주절 적어 가고 있다.
이것도 글이라고 양심 없이 발행 버튼을
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