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라면 한입만'을 외치는 이유

by 글나라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게 뭔지 알아?

라면 끓이기 전에 안 먹는다고 해놓고는

한 입만 달라고 하는 사람이야.

그것도 한입 달라고 하고서는 반 이상을

먹어 버리거든.

라면 끓이기 전에 미리 먹겠다고 했으면

한 개를 더 끓였을 텐데 말이야.'


나는 라면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니다.

어쩌다 라면이 먹고 싶어서 끓이게 되어도

한 개를 다 못 먹고 남기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라면을 끓여 주다 보면

라면이 잘 익었나 맛도 볼 겸 해서 진짜 딱

한 젓가락만 집어서 먹어 보게 된다.


꼬들꼬들한 라면 한 젓가락은 입안에서 착 달라붙어 버려서 계속되는 유혹을

떨쳐 버릴 수가 없게 된다.

푹 퍼진 라면을 좋아하는 남편은

기다리다가 받아 든 라면의 양을 확인하고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내 라면 다 어디 갔어?

처음부터 먹는다고 했으면 한 개

더 끓였잖아.'


'나도 안 먹으려고 했지.

근데 라면이 익었나 맛보다가 딱

한 젓가락 맛본 거야.'


맞는 얘기다.

미리 라면을 먹겠다고 얘기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거다.

먹다가 남기더라도 좀 넉넉하게 끓였으면 좋았을 텐데, 괜스레 미안해진다.


이렇게 라면을 먹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일 년에 한두 번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 한 두번이 하필 오늘이 되어 버렸다.




라면은 또한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어릴 적 감기에 걸려서 입맛을 잃었을 때

엄마가 끓여준 라면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는 라면 종류도 많이 없었고

삼양 라면만 기억에 남아 있다.

구수한 라면의 맛은 없던 입맛도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 주는 신통한 처방제이기도 했다.

그 라면 한 그릇이면 앓고 있던 감기도

저만치 달아나 버리곤 했었다.

그때 먹었던 맛을 느끼고 싶어서 다시 한번

삼양 라면을 끓여 보았다.

하지만, 구수하고 입안에서 착착 감기던

그 맛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름도 똑같은 라면을 끓였는데도

그때 먹었던 맛이 안나는 것은 아마도

입맛이 변한 것이겠지?

아니면, 수많은 세월 속에 무뎌진

혀의 배신일까?


엄마가 끓여 줬던 구수한 라면의 맛을

찾기 위해 '라면 한 입만'의 외침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