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동생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평생을 그리워하며 불러 보는 오빠를
어린 동생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우연히 책장에 꽂힌 낡고 오래된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 좀 가르쳐 줘요."
신달자, 이해인, 유안진, 등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작가님들이 서술한 수필집이었다.
이 책이 90년도에 발간된 걸 보면
족히 30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그 시절 이 책을 사게 된 동기도 아마,
오빠라는 책 제목에 이끌렸던 것 같다.
언니하고 남동생만 있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친구집에 놀러 가면 다정하게 반겨주는
오빠가 좋았고, 그런 오빠를 갖고 있는 친구가 샘이 날 정도로 부러웠었다.
'나는 왜 오빠가 없어? 오빠 어디 갔어?'
가끔씩 엄마한테 되지도 않을 떼를 쓰면서 엄마의 가슴 깊이 묻어둔 아픔을 헤아릴 줄도 모르는 철부지였다.
어렸을 때는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받아줄
가슴 넓은 오빠가 필요했고,
감정선이 오르락내리락 질풍노도일 때는 단단히 붙잡아 줄 듬직한 오빠가 필요했다.
고3 때는 진로를 논할 수 있는 멘토가 되어줄 오빠가 필요했다.
이런 오빠가 없는 나는
오빠의 자리가 비어 있는
허전함이 늘 자리하고 있었던 거다.
엄마는 첫째 아들(오빠)을 낳으셨는데
돌 지나고 아파서 곁을 떠나갔다는 얘기를
철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첫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의 가슴속은
새까맣게 타서 숯 덩어리가 됐을 거라고
동네 어른들은 이야기하곤 했었다.
"오빠
시간이 한없이 흘러간 뒤에도 언제나 변함없는 기다림으로 남는다.
촉촉한 메아리로 남는다.
가뭄에 쏟아지는 시원한 소나기로 남는다."
원희석 시인이 노래하듯이 써 내려간 글귀가
내 마음을 훔쳐보기라도 한 듯 쏙쏙
가슴에 와 묻힌다.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 이름,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