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쓰게 된 지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
수십 년 동안 바꿔서 써온 안경만 해도
한 트렁크는 거뜬히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다.
안경을 써 본 사람은 다 공감이 갈 것이다.
비가 올 때, 특히 겨울에 추울 때는 뿌옇게 습기가 차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불편한 것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안경을 벗을 수 있는 방법을 따라 하고 싶어진다.
지금은 수술을 이용해 안경을 벗을 수 있는 기회도 많지만,
겁이 많은 나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그때는 안경을 쓴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안경을 쓰면 왠지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안경을 쓰고 있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어느 날, 칠판 글씨가 흐리고 뿌옇게 보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 칠판을 쳐다봤지만,
글씨가 더 번져 보이고 잘 안 보였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달려가 엄마한테 얘기했다.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여서 안경을 써야 될 것 같다고 안경 맞추러 가자고 떼를 썼다.
고창 읍내에 있는 안경점에 가서 시력검사를 받았다. 시력은 0.7이 나왔고,
결국엔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그다음 날 까만 뿔테안경을 끼고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친구들의 시선은 온통 나를 향하고 있었다.
와! 멋지다.
나도 한번 써보자. 나도, 나도,
여기저기서 친구들은 서로 안경을 써 보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만큼 안경은 신기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었다.
한창 외모에 신경을 썼던 20대 때는
안경을 쓰고 다니는 게 싫어서 콘택트렌즈를 끼고 다녔었다.
안경을 벗고 만난 세상은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 것처럼 환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콘택트렌즈는 두껍고 딱딱한
하드렌즈였고, 잠자기 전에는 꼭 케이스에 담아 열탕 소독을 해야만 했다.
이러다 보니 감염률도 높아서 안과를
수시로 다니게 되었다.
이것 또한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몇 년을 콘택트렌즈를 끼고 다니다가
다시 안경을 쓰게 되었다.
안경은 좀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오히려 마음은 훨씬 더 가벼워졌다.
그 후로 지금까지 안경은 세상을 훤히 잘 보게
해주는 제2의 눈이 되어 주고 있다.
단골 안경점에서는 매년 30% 우대권을
보내 준다.
이 우대권에 쌓인 나의 안경 이력을
되짚어 보며,
이번에는 또 어떤 안경 친구를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