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것은 초파리 떼다.
길을 안내해 주려고 나타난다고 해서 길잡이라고도 얘기를 한다.
눈앞에 바짝 달라붙어 길 안내를 해 주는
과잉 친절을 보여 준다.
초파리 떼는 연인관계가 되어 나타나고,
또 어떤 때는 온 가족이 출동하기도 한다.
초파리들도 하루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나 보다.
또 제각각 역할도 분담되어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얼굴을 비비는가 하면 귓가를 윙윙 거리며 혼을 쏙 빼놓고
급기야는 콧속까지도 침범을 해 버린다.
산에서 만나는 초파리 떼는
흔히 집에서 보는 과일 초파리하고는
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초파리는 습하고 따뜻한 환경을 좋아한다.
평소에는 흩어져 살지만,
썩은 열매, 부패한 식물잔해 등이 있는
장소에 일시적으로 떼 지어 모이기도 한다.
산에서 기습적으로 만나는 초파리 떼처럼 갑자기 나타나 친근감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있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었는데,
'난 네가 너무 좋아'라고 얘기하면서
수시로 전화하고 만나자는 거였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만나게 되니까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또 전화를 하면 1시간을 훌쩍 넘게
통화를 하다 보니까 진이 다 빠져 버릴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전화를 끊을 수도 없었다.
전화통화 중에 먼저 끊자는 말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여간 곤역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산에서 초파리 떼가 길 안내자로서
보여 주는 지나친 친절은 결국에는
귀찮고 원망스러움으로 남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친 일방적 태도는 그 사람의 진심마저 외면당하게 되고 결국엔
피하게 만들어 버린다.
말에도, 표현에도,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