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댁은 11년 만에 얻은 둘째 딸 영희를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을 원하는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조차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아들이 아니라도 좋다.
목화솜처럼 뽀송뽀송한 부드러운 살결에 녹아든다.
이러한 기쁨도 잠시,
일촌댁은 몸이 자꾸만 부어오르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얘기를 전해 들은 동네 어른들도 뾰족한 비책을 찾지 못했고,
결국에는 전주에 있는 큰 병원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일촌댁은 딸 영희를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몸이 자꾸만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꿈속으로
빠져들어갔고, 영희의 울음소리만 저 멀리 메아리 되어 울릴 뿐이었다.
갓난쟁이 영희는 엄마의 심장소리를 찾느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댔다.
엄마의 젖을 달라고 입을 삐죽거려 보지만,
그 어디에도 영희의 배를 채워줄 엄마는 없었다.
일촌댁이 그렇게 병원에 입원을 한 뒤,
집에는 같이 살고 있는 일촌댁의 친정엄마
즉, 영희의 외할머니가 영희를 돌보게 되었다.
엄마젖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쌀을 곱게 빻아 만든 멀건 미음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촌댁과 비슷하게 아이를 낳은 동네 아주머니의 젖을 조금씩 얻어
먹일 수가 있었다.
일촌댁은 병원에 입원을 하고 한 달이 훌쩍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며 엄마의 빈자리를 찾았던 영희의 울음소리도 점차 줄어들었다.
일촌댁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영희를
품 안에 꼭 감싸고 다녔다.
밭에 일을 하러 갈 때도, 동네 마실을 갈 때도
영희는 일촌댁의 치맛자락 속에 묻혀 살았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를 따라다니면서
조금씩 일촌댁의 품 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언니가 곱게 땋아주는 머리를 하고 언니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가 영희는
가장 신나고 좋았다.
그렇게 언니, 오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자란 영희에게도 국민학교에 들어가야 된다는
입학 통지문이 전해진다.
다음 이야기는 3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