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따라 걷고 있는 등 뒤로 서로 의지하면서
뻗어나가는 칡넝쿨이 보인다.
칡넝쿨은 먼저 나온 넓은 잎을 밀치고
길고 가느다란 목을 쭉 내밀어 본다.
강렬한 햇살에 눈이 부시다.
머리도 빙글빙글 어지럽게 흔들린다.
아직은 혼자서 버틸 힘이 없다.
작은 바람에도 뒤뚱거리고 비틀거린다.
"혼자서는 위험해. 빨리 서로를 안아줘."
먼저 나온 넓은 잎들이 다급하게 외친다.
두 줄기의 칡넝쿨은 한 뼘이나 더 크게
목을 빼고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한여름이 되면 자줏빛 칡꽃 향기가
진하게 울려 퍼진다.
10년 묵은 칡뿌리는 사람들 눈에 띌까 봐
어린 줄기들을 앞세워 녹색정원으로
변장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 땅속에서 훈련받은 줄기들은
앞을 다퉈가며 넓은 잎사귀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름이 한복판에 서 있을 때 칡뿌리는
자줏빛 꽃송이를 자랑스럽게
피워낸다.
칡뿌리는 진한 칡꽃 향기로 유혹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아 버린다.
칡뿌리는 그제야 안심하고
물기 빠진 쭈그러진 몸을 뉘워본다.
도심에서 살짝만 벗어나도 칡넝쿨은
여기저기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린 줄기들끼리 서로 칭칭 감으면서
부둥켜안고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엄마의 품을 벗어난 아기들의
위태로운 성장을 보는 듯하다.
칡뿌리의 희생으로 피워낸 자줏빛 꽃송이에는
다 큰 자식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흐뭇한 미소가 담겨 있다.
뜨거운 여름 한낮에도 칡넝쿨의 춤사위는
멈출 줄 모른 채 햇살아래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