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후드득 빗줄기와 함께

by 글나라


가을은 후드득 빗줄기와 함께 성큼 다가왔다.

어느덧 집안을 지키고 서 있던 냉방기들의

긴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침 공기가 시원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춥다고 느껴지고 창문을 닫게 한다.


여름이 머물렀던 자리는 아직도 미련을 두고

군데군데 남아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한다.

올해 여름은 많이 덥고 힘들었다고.


서늘한 공기가 주는 이 가을이 좋다고

더위를 많이 타는 친구의 표정이 한층 밝다.


베란다 화초들도 혹독한 더위와 습도를

피할 수 없었다는 듯 몰골이 휑하다.


미안한 마음에 다가가 위로의 손길을 건네지만

이미 토라진 다육이는 고개를 떨구고만 있다.


가을은 마트의 진열대 모습도 바꾸어 놓는다.

수확의 기쁨을 그대로 가져와 한가득 쌓여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자주색 밤고구마는

누가 가져갈까 봐 얼른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눈이 즐거워지는 풍성한 먹거리들과의

데이트는 지루한 줄 모르고 이어진다.


길가의 벚나무는 여름 나기가 많이 힘들었나 보다.

예쁜 단풍옷을 입어 보지도 못하고 벌써부터

푸르뎅뎅 마른 잎을 하나씩 떨어뜨리고 있다.


풍성한 가을빛으로 가득 채워진 에너지로

봄에는 더 곱고 화려한 벚꽃을 보여주겠지.


가을을 알리는 축제 소식을 담고 펄럭이는

현수막 사이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가을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을을 앞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