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가 있는 풍경
고향 마을은 언제나 푸근하다.
왜 이제 왔냐고 나무라지도 않는다.
기다리다 말라버린 고추도,
노랗게 익은 벼를 베고 남은 밑동도,
넓은 가슴을 한껏 내어 주며 반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 주었던
친구네 담배 가게 간판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버젓이 올라간 2층 집 한옥이
낯설게 이방인을 바라본다.
마을 사람들의 깊은 사연을 담고 있는
마을회관은 어느새 꽃단장을 하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마을 골목길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집 앞 개복숭아 나무도, 뒤란 밤나무도,
올망졸망 예쁜 화단도 없어진 집터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이제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 고향 집은
아련한 추억만 남아 반겨주고 있다.
저 멀리 하얗게 반짝이며 흔들리는
억새의 손짓 따라 우뚝 솟은 언덕배기에
올라 겨울을 준비하는 들녘을 바라본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견뎌낸 김장 배추가
고랑 고랑 푸른 잎을 한껏 펼치고 서 있다.
푸른 속살을 드러낸 길쭉한 무도
긴 머리 찰랑이며 옆에서 눈인사한다.
빨갛게 익어가는 커다란 감들이 주렁주렁
감나무의 허리가 휘청거린다.
긴 장대에 목이 걸린 감 하나가 힘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친구의 감나무는 모처럼 놀러 간
도시 사람들의 감탄과 함께 하나 둘
바구니 속으로 들어와 얼굴을 붉힌다.
고향은 감이 익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익어가며 나를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