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여뀌 꽃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너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다.
너무 흔해서 매번 그냥 지나쳐버리곤 했다.
어릴 때도 너는 나를 보고 있었을텐데
이제서야 새삼스럽게 눈앞에 들어왔다.
너는 들녘 아무 데서나 자라나는 잡초처럼
한낱 풀 일뿐이었다.
밭에서 뿌리를 내려보지만, 금세 나타난 뾰족한
호미 끝을 피할 수 없었던 너는,
햇살 강한 늦은 가을을 등지고 작은 씨방을 퍼뜨리며
추운 겨울 속으로 사라져 가겠지.
산책길에 송알송알 연분홍빛으로 목을 길게 빼고
피어나는 너를 보면 반가움에 달려간다.
혼자서는 또 모른 척 지나칠까 봐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흔들고 있다.
'털여뀌'
너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너의 생김새와는 전혀 다른 이름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너는 잔털이 많고 작은 꽃이 길게
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좀 더 세련되고 예쁜 이름을 갖고싶지 않았을까?
너를 대신해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털여뀌 꽃은 여름에 분홍빛으로 피어나
늦가을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주변에서 흔하게 피어나는 풀꽃이라
그냥 지나쳐버리기 쉽다.
이름도 모르고 지나쳐버렸을 풀꽃 '털여뀌 꽃'은
곱게 차려입은 얼굴 붉힌 새색시처럼
다가와 나를 붙잡는다.
내년에 다시 피어날 털여뀌 꽃을 잊지
않으려는 듯 중얼거려본다.
털여뀌. 털여뀌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