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잎은 곧 회양목 이불
느티나무 밑에 서있는 회양목은
가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는 한껏 기지개를
활짝 켜고 서늘한 아침 공기를 맞이한다.
조용히 다가온 가을바람이 속삭이며
느티나무 노란 잎을 간지럽힌다.
어지러워 빙글빙글 맴돌다 그만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짓궂은 바람의 장난은 멈출 줄 모르고
아직은 가을볕을 더 즐기고 싶어 하는
느티나무 잎을 자꾸만 간지럽힌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늘 푸른 소나무는
뒷짐지고 서서 애꿎은 솔방울만 딸랑거리며
딴청을 부리고 서 있다.
벚나무 아래 서있는 회양목도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기다렸다.
하얀 벚꽃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화사한 봄날도 좋아했다.
송알송알 하얀 깃털처럼 가벼운 벚꽃잎이
회양목 위를 덮을 때면
향긋한 봄 내음이 좋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에는 옹기종기 매달린
초록 잎 그늘로 강한 햇볕을 막아주는
여름 벚나무도 회양목은 좋아했다.
이제 곧 찬바람이 몰아붙이는
추운 겨울이 시작된다.
이른 봄소식을 전해 주려는 벚나무는
벌써부터 알록달록 물들인 나뭇잎을
회양목 머리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
울긋불긋 물든 벚나무가 만들어 주는
나뭇잎 이불을 덮을 수 있는 가을을
회양목은 기다리며 즐긴다.
사그락사그락 낙엽이 부딪치며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에 맞춰
회양목은 낙엽 이불에 몸을 맡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