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은 계절을 타고 온다

김장시장을 그냥 못 지나치는 나

by 글나라


김장철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동네 하나로마트 앞 노상에서는 매년

김장시장이 열린다.


산지에서 바로 싣고 온 여러 가지

채소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살피고 있다.


배추, 무, 쪽파, 갓, 생강, 마늘, 새우젓,

김장에 필요한 채소와 젓갈 종류가

부스 한가득 펼쳐져 있다.


밭에서 금방 뽑아온 것처럼 싱싱한

채소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들에게 다가가 살펴보게 된다.


김장은 2주 후에나 하는데도 김장시장을

기웃거리게 된다.

알타리, 동치미, 무김치는 김장하기

전에 먼저 해오던 터라 채소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벌써부터 채소를 고르고 있는 사람들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본다.

6개 묶어진 다발무가 크고 매끈하다.

알타리 무는 갈라지고 울퉁불퉁 못난이

인형처럼 모양이 다양하다.


가지런한 쪽파는 몸값이 크게 올라

위풍당당하게 꼿꼿이 서 있다.

올해도 채솟값은 많이 올라 있었다.


비싸다는 생각에 앞서 불안정한 기후와

날씨를 잘 견디고 자란 농작물에게

박수라도 보내주고 싶어진다.

잦은 비 때문에 몇 번이나 배추 모종을

새로 심었다는 농부들의 애타는 마음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버무려놓은 알타리 김치가

올겨울 밥상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밤에 절여놓은 무도 양념 옷을 입고

그 대열에 함께 할 것이다.


일부러 주문하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아도, 김장철은 계절을

타고 소리 없이 다가와 나를 데리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