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속삭임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는 억새는
은빛 머리를 흔들며
날아가는 새들에게 인사한다.
천연덕스럽게 다가와 얼굴을 만지는
심술쟁이 바람에게도 반짝 웃음을 건넨다.
국화 축제가 끝난 공원에는 시들어가는
꽃을 담은 화분들만 쓸쓸히 남아 있다.
한낮의 따뜻한 햇살 따라 사람들 소리가
웅성웅성 억새밭으로 몰려온다.
키 큰 억새를 쓰러뜨리고 들어와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머무른다.
밑에 깔린 억새들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아 바둥거려보지만,
좀처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살며시 만지고 지나가는 사람,
보들보들 볼을 비비고 가는 사람,
억새는 하루 종일 비위 맞추기위해
혼이 다 나갈 지경이다.
하나 둘 사람들도 떠나고
조용히 머무는 시간,
억새는
저물어가는 해를 향해
흔들흔들 바람에 몸을 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