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바라보는 태도

이름모를 풀의 마음

by 글나라

아침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쌀쌀함이

느껴지는 날씨다. 계절이 다시 겨울의 한복판으로

되돌아간 듯 몸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이런 날일수록 가만히 있으면 마음까지 얼어붙을

같아 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차가운 날씨탓에 산행을 하면서도 앞만

보고 걷게 된다. 잎새 하나 남기지 않고 서 있는

나무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쓸쓸함보다는 오히려 비워졌기에 더 넉넉해

보이는 공간의 미가 마음에 여유를 느끼게 했다.


나무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광합성으로

만들어 둔 당을 줄기와 뿌리에 저장하며

긴 휴면에 들어간다.

겉으로는 성장이 멈춘 듯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분주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식물도 감정을 느끼고, 뿌리를 통해 서로의

상태를 화학적으로 소통하며 위험을

알린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기에 자연은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산길 한켠에서 풀의 머리를 땋아

놓은 듯한 풍경에 발길이 멈췄다.

누군가는 손재주 좋은 사람이 장난처럼

꾸며 놓았다고 미소 지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초등학생 시절, 뒷산에서 풀을

자르고 머리를 땋아 주며 미용실 놀이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정겨움이 앞섰다.


그때의 나는 자연을 사랑한다고 믿었고,

예쁘게 꾸며 주는 것이 애정의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의 반응은 달랐다.

이름 없는 풀이라도 모두 생명이 있는데

숨 막히게 묶어 놓는 건 폭력일 수 있다며,

땋아진 풀을 한 가닥씩 조심스레 풀어 주었다.


말도 못 하는 풀이 얼마나 답답했겠느냐는

남편의 말에 마음이 멈칫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이렇게 다른 해석을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풀을 땋아 준 사람의 마음

역시 순수했을 것이다.

밋밋한 풍경에 작은 아름다움을

더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존재에게 인간의

기준으로 몰아부친 치장은 결국 우리의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손을 내밀어 보지만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켜보고,

기다려 주는 것이 순리이다.

어쩌면 성장도 치유도 그 단순한 태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