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꽃보다 초록잎
초록 잎이 주는 편안함을 그 무엇하고
비교할 수 있을까? 세상이 온통 새로
돋아나는 초록 물결로 술렁거리고 있다.
먼저 핀 꽃을 떨구고 초록 새순이 쭈삣쭈삣
얼굴을 내미는 아이, 어떤 아이는 초록 잎
먼저 준비해서 내 보내고 귀한 꽃이 피기도 한다.
태어나서 이사 한 번 가보지 못한 채로
그 자리를 지키면서 꿋꿋하게 서 있는
나무들이 있다.
이 나무들도 꽃 대신 여리여리한
초록 잎으로 만든 각자 이름이 다른
옷을 입고 서 있다.
나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화려하고
예쁘게 피는 꽃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 화려함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야속하게 떠나버리고 만다.
그래서 늘 푸른 소나무처럼 초록빛을
잃지 않는 녹색식물을 더 좋아한다.
집에서 키우는 화초들도 대부분이
초록 식물이기도 하다.
봄에 돋아나는 연초록의 새순이
자라나는 모습은 마치 아기가 첫 발을
떼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과도 같다.
촉촉하게 내린 비가 그친 날에는
연초록 잎이 몰라볼 정도로 쑥쑥 자라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기 솜털같이 부드러운 초록 잎이 눈부신
햇살 아래 반짝반짝 흔들거리고 있다.
우연히 발길이 머문 곳에 산책길이 보인다.
키가 큰 나무들도 앞을 다퉈 새로운
싹을 틔우고 세상 밖으로 내보내느라 분주하다.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서 여리디여린
초록 잎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서
그만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쉴 수 있는 의자 옆에 놓인
빗자루가 보인다.
누군가는 편안하게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쓸어 놓고 있었나 보다.
신발을 신은 채로 걸어가기가
미안할 정도로 흙길이 먼지 하나 없이
반질반질해서 깜짝 놀랐다.
어떤 대가 없이 길을 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에 새삼 감사한
마음을 바람에라도 실려 보내고 싶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실려 못 이기는 척
초록 물결 넘실대는 그곳으로 한번
떠나 보자.
봄이 오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