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친구들
오랜 지기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유난히 발걸음이 가볍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마음이 먼저 앞서 걷는다.
흰머리가 하나둘 늘어나도 굳이 감출
필요가 없고, 멋을 내지 않아도 서로를
평가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친구들
앞에서는 삶의 속도가 자연스레 느려진다.
사회 초년생 시절, 세상이 생각보다
거칠다는 사실을 처음 배웠을 때
우리는 자주 흔들렸다.
불안한 미래와 서툰 선택 앞에서 넘어질 듯
휘청거릴 때마다 서로는 방파제가 되어 주었다.
누군가의 실패는 함께 나누는 경험이 되었고,
작은 성취조차 크게 기뻐해 주는 응원이 있었다.
그 시절을 함께 건너왔기에 지금의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졌는지도 모른다.
여섯 명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같은 시간을 공유해 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도
웃음은 멀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삶의 모양은
제각각 달라졌다.
집안의 든든한 맏며느리로,
작은 사업체의 주인으로
또 묵묵히 가정을 지키는 가장으로 살아왔다.
그 차이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가 되었다.
연락이 끊긴 친구의 빈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지만,
기다림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한편에 놓아 둔다.
관계란 붙잡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며
남겨 두는 것임을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배운다. 김치 냄새가 밴 옷을
입고 나가도 흉보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차 한 잔 하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사이다.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는 건 삶의 큰 자산이다.
때로는 가족보다 더 깊은 위로를 건네고,
말없이도 기대어 쉴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준다.
편한 친구는 더 많은 것을 갖추는
일이 아니라, 나를 지켜 주는 관계를
소중히 돌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을 향을 가득 안고 달려오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인생의 하늘이 잿빛일지라도
함께 흘러갈 수 있는 구름 같은 동행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