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계절은 여기 있다

봄이 오는 소리

by 글나라



겨울보다는 여름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가장 따뜻하게

피어나는 봄을 나는 좋아한다.

봄은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을 밀고

고개를 내미는 초록 새싹을 보면

나 또한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는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미소가

번지는 이유는 그 작은 새싹이

“지금도 충분히 잘 가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다.


이런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는 감각에서

봄이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살랑이는 봄바람은 늘 나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든다.

창밖의 반짝이는 초록을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꽃잎이 흩날리고 새소리가 길을 안내하는

숲길은, 생각을 정리하지 않아도

편안한 공간이다. 걷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은 자연스럽게 호흡을 되찾고,

내 안에 쌓여 있던 말 없는 피로도 조금씩 풀린다.


봄이 특별한 이유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나물 캐던 시간 때문이다.

어릴 적 봄이면 친구들이 모여 바구니를

옆에 끼고 들판으로 나갔다.


쑥, 씀바귀, 달래, 이름도 정겹던

봄나물들은 친구들의 바구니를 채우며

하루를 신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진짜로 가득 담겼던 것은

나물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은 이유도, 동생이

귀찮다는 투정도 서슴치 않고 얘기했다.

말로 다 하지 못한 불만들을 보리밭

고랑에 묻어두고 친구들은 웃음으로

다시 가벼워졌다.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봄에는 사람들의 표정도 달라진다.

꽃을 닮은 화사한 옷차림도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거리고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에서도 봄을 느낀다.


공원에서 첫걸음을 떼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미소에도 봄이 와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조금 서툴러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봄은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성장 속도는 각자 다르지만 지켜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봄은 조용히

알려준다. 새로 돋아나는 잎과 수줍게

웃는 들꽃을 보며 나 역시 다시 배우게 된다.


바람이 코끝을 간질여도 기분이 좋다.

날아가는 새가 툭하고 떨어뜨리는

잎새를 받아도 웃음이 나온다.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계절은 지나가도 그 안에서 배운 태도는 남는다.


다시 시작하는 용기,

스스로를 다독이는 여유,

그리고 삶을 가볍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나를 믿고 한 걸음

내딛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봄이 매년 돌아오듯,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