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하나_나는 엄마다
첫 아이를 낳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는 없을 것이다.
15년 전의 일이지만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그날의 기억.
막달 검사를 하루 앞둔 날 밤 10시경,
양수가 먼저 터져버렸다.
만삭의 배로 그날 하루를 너무 열심히 보냈던 탓인 듯.
그땐 4층 빌라에 살았는데, 그날 하루에 4층을 3번을 오르내린 것 같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은 종종 문제가 된다.
결국, 먼저 잠들어 있던 남편을 깨웠다.
그리고 밤 11시경 병원에 도착했고 그때부터 12시간의 진통 뒤,
낮 11시 27분 나의 첫 아이가 태어났다.
처음에는 견딜만하던 진통은 시간이 갈수록 생사를 오가는 고통을 불러왔다.
무통주사가 너무 맞고 싶었지만, 마취과 선생님 퇴근으로 맞을 수 없었다.
내일 아침 출근을 하셔야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있어요.
이 한마디뿐이었다. 고통은 새벽을 향해 갈수록 더더욱 심해졌고,
끙끙 앓다가 기절하듯 잠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덕분에 남편은 그날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제 좀 괜찮나 싶어 같이 자려고 엎드리면, 내가 다시 일어나서 끙끙거리는 바람에 한숨도 못 잤다고.
그렇게 힘겨운 새벽을 보내고 난 아침.
마취과 선생님의 출근 시간이 되었지만, 나는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는 단계에 와 있었다.
그리고 전 직원의 출근과 동시에 진행되는 막달검사.
아기 낳으러 왔는데 막달검사라니요!
속으로 이 말을 얼마나 했던가.
아픈 몸을 이리 움직여봐라 저리 움직여봐라.
배가 찢어질 것 같은데, 속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인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소리칠 힘도 없었다. 끙끙 앓을 힘도 없었다.
내가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 보였는지,
여기 사람 죽어요. 제발 한 번 봐주세요!
견디다 못한 남편이 간호사들에게 소리쳤다.
그제야 나는 분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제야 담당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보였다. 그제야, 내가 죽어도 이 아이는 놓고 죽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제야.
분만실에 들어간 나는 소리 지를 힘이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 장면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것도 다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어떤 소리조차 내지 않고, 악으로 깡으로. 정말 온몸에 있는 힘을 다해 아이를 낳았다.
나는 죽어도 너는 낳고 죽는다.
아이를 낳고 든 생각인데 이 정도 각오가 생기지 않으면 분만실에 들여보내주지 않나 보다 싶었다. 그 정도 각오가 생겨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보다. 새 생명을 하나 얻는다는 건 그런 죽을 각오를 해야 되는 일인가 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아빠의 손에 의해 탯줄이 잘렸고, 엄마의 품에 올 수 있었다.
처음 본 우리 아이는... 천사... 아니고 외계인.. 같았다.
양수가 터지고, 아이가 산도에 머리가 끼여서 한 참을 있었던 것이다.
세모난 머리 모양에 축축하게 젖은 아이.
그렇지만 그 외계인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쁘던지.
정말 내가 낳았어?
그 작고 소중했던 나의 첫 아이는 지금 중2를 앞두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아이는, 지금도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쁘긴 하지만_음_
누구나 이런 순간을 거쳐 엄마가 된다.
산고의 끝에 엄마가 된다.
나도 그런 엄마에게서 나왔고, 나의 아이로 이런 엄마에게서 나왔다.
우리 엄마도 나로 인해 엄마가 처음 되었고,
나도 우리 첫째로 인해 엄마가 처음 되었다.
서툰 엄마, 여전히 서툰 엄마.
아마 너에겐 평생 서툰 엄마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니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데.
너도 엄마 아들이 처음이니까, 우리 서로 이해를 좀 하며 살아가자.
토요일 연재.
딸, 엄마, 그리고 나로 살아가는 마흔다섯_구르뮈.
삶의 이야기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