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룸

by 구르뮈

아침에 일어나면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어제저녁에 미뤄 놓은 일들.


퇴근해서 저녁을 하고 먹고 치우고 나면

설거지까지는 하기가 싫어진다.

그럼 미룬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지 뭐.


방바닥이 좀 쩍쩍 붙는 거 같지만

몸을 세워 닦을 힘이 없을 땐

또 미룬다.


내일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지 뭐.


그렇게 차곡차곡 미뤄 둔 일들이

새벽 일어나는 시간을 점점 앞당긴다.


결국 오늘 아침엔 내일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야겠다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미뤄 놓은 이 글까지 쓰려면 말이다.


어젯밤엔 방바닥을 닦고 자긴 했다.

여느 때는 설거지도 식세기에 넣고 잔다.


요즘 몸과 마음이 엉망이라 자꾸만 일을 미루게 된다.


미룸


미룬다고 이 일을 해야 하지 않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제저녁에 쉰 만큼 새벽엔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결국은 다 해야 끝이 나는 일을 미룬 것이다.


그렇다고 몸이 고된 것을 꾹꾹 참으면서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하며 미루지 않을 필요는 없다.

이 미룸을 적당히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


몸이 정말 고된 날은 내 몸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좀 미룬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면 좀 미뤄도 된다.

하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룬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꾸역꾸역 힘든데도 할 필요도 없다.


미뤄도 되는 일은 가끔 미뤄도 된다.

미뤄서 되지 않은 일은 절대 미뤄선 안 된다.


이 미룸을 적당히 사용을 할 수 있다면

내 삶이 조금은 편안해질 것이다.


비록 어젯밤에 해야 할 일이 자고 일어나서 눈앞에 떡하니 보여도


뭐 좀 어때.

어제 쉬었잖아.

지금 하면 되지.


하며 여유로울 수 있길.


이래도 내가 할 일, 저래도 내가 할 일이라며

힘들어도 꾸역꾸역.

짜증을 부리면서 꾸역꾸역.

짜증이 날 것 같다면 좀 미루는 편이 낫다.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위한 미룸을 선호한다.



- 일상 주전부리-

매거진의 이전글정지된 내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