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허락되는 건...

_왜 아무것도 없을까.

by 구르뮈


"나는 땅은 괜찮고... 욱이가 집이 있으니까 이 집만 줄 수 있음 주라."

"오야, 내 책임지고 이 집은 니 줄게."


"욱이가 이 집은 안 팔테니까 오고 싶을 때 마음대로 와서 지내란다."

"알았다."


더 긴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면 고향에 들어가고 싶어도 이제 자유롭게 갈 수가 없어졌다.

동생 내외에게 허락을 받아야 발을 들일 수 있어졌다.


"엄마, 아빠가 쓰시던 노트북만 내 가져갈게..."

"오야. 니 가져가서 써라"


"욱이가 노트북 가져와서 내 보고 쓰라는데... 누나야가 가져갔지 싶다 하니까 빨리도 가져갔네... 하길래. 지 회사에서 필요하다고 다 쓰면 돌려주겠지 했다."


< 노트북으로 엄마 나 글 하나만 쓰고 내년에 주면 안 될까. 아빠 노트북으로 소설 하나만 쓰고 돌려줄게.>

나는 또 이 말 한마디를 못했다. 이번 주 주말 이 노트북을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을 생각이다. 아빠 물건으로 의미 있는 일 하나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결국 워드에 쓰던 글을 브런치로 오늘 아침에 옮겼다.


이 집에 나의 것은 하나도 없다. 마음 놓고 가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엄마의 딸이 맞긴 하는데 엄마의 딸이 아니다.


엄마가 아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봐야 하는 것인가.

'노트북은 내가 하라고 줬다. 누나야 나중에 마음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이 집은 주자.'

이렇게 단호하게 한 마디로 나를 챙겨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엄마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야속하기는 하다.


점점 이 집에서 나는 자리가 없겠구나... 포기를 하게 된다.

포기를 하고 마음을 비우는 편이 내가 덜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질 수 없는 것들에 욕심을 부려봤자 힘들어지는 건 나 자신이다.


집은 그렇다 치는데 이 노트북은 일 년만 내가 썼으면 좋겠다.

그래도 돌려주자. 이 노트북이 욕심이 나서 가지고 온 사람은 아니기에.

아빠의 흔적으로 이주를 일 년처럼 보냈다 생각하자.


그래도 소설의 첫발은 디뎠고, 물꼬가 트였으니 잘 흘러가게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연장이 문제인가. 연장은 우리 집에도 충분히 있다.


이번 주 꼬박꼬박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이 노트북과 작별 인사를 하자.


- 안녕, 아빠의 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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