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냄새

가난이 묻어나는 일상.

by 구르뮈




남편의 옷차림에서 가난 남새가 난다.


마흔 중반인 남편은 염색을 하지 않는다. 히긋히긋한 머리. 조금 주름진 얼굴. 웃을 때의 그의 얼굴에선 선함이 묻어난다. 선하고 또 선한 인상을 가진 남편. 눈가의 생긴 잔주름은 내가 얼마나 선한 사람인지 그 수를 보여주는 것같이 자글자글 하다. '허허' 웃는 그에게선 가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돈 많은 중년의 얼굴을 가진 그는 정말 가난하다.


이 옷 얼마나 된 거지?

겨울인데 패딩 좀 입지?

옷이 있어도 왜 안 입어?

이제 나이도 있는데 운동화 좀 신지.

슬리퍼도 오래되지 않았나?


이러고 싶지 않은데 나갈 때면 잔소리가 나온다. '편한 옷'만 찾는 남편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라서 최대한 남편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 왜 이렇게 옷을 입지?'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그의 옷차람에서 이제 가난이 묻어나는 게 싫다. 옷이 다 낡고 허름해서도 아니고, 브랜드가 다 저렴한 것이라서도 아니다.


굳이 저렇게까지 추워 보이게 입어야 하나.

굳이 저렇게까지 오랜 된 바지를 입어야 하나.


이런 점이 싫은 것이다. 집에 15년 된 꽤 괜찮은 브랜드의 패딩 있다. 입어서 떨어진 것이 아나리 세월에 삭아 떨어지고 있다. 입은 횟수는 채 10번을 될까? 결국 아들이 자라 그 옷을 입게 되었다. 그 옷이 있다고 또 두꺼운 패딩은 절대 사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갈 때 추워 보이는 얇은 패딩을 입고 나간다. 두꺼운 패딩은 운전 할 때며 이동할 때며 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젊은 땐 괜찮았다. 젊은 양반이니까 추위쯤이야. 그런데 이젠 염색도 하지 않은 머리에 저런 얇은 옷을 입는 중년은 내 눈엔 너무 간난해 보인다. 그래서 자꾸만 나갈 때 남편의 옷차림에 입을 대게 되는 것이다. 꼭 가난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네, 우리 가난해요 하는 거 같아서.


남편은 지금 세후 월급이 300만 원 겨우 되는 일을 하고 있다. 것도 작은 돈은 절대 아니지만 빚이 있는 우리 형편엔 턱없이 가난한 돈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들어가는 모든 것을 하지 않는다. 옷은 물론, 염색조차도. 그래서 남편이 이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그에게 가난 냄새가 나는 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 내 마음속에 들어앉은 가난의 기운이 사라질까.

내 마음에 들어있는 가난의 기운이 평범한 그이 옷차림에게서 가난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도, 물질도 다 가난하다 생각해서 그런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가난이 묻어나 보이는 이런 일상을 이젠 정말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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