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제야 행복을 알았다.
잔잔한 바람이 살랑 불어와 코등을 스친다.
멀리서 은은한 농약냄새가 밀려오는 것 같다.
어설픈 소똥 냄새 같기도 한, 꾸리꾸리한 냄새도 밀려오는 것 같다.
그런데 참 좋다.
그런 시골 냄새가 참 좋다.
그녀는 몇 해전 시골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시골에 물려받은 땅이 있었다. 처분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냥 두었다.
그녀가 오기 전까지 동네 아재가 그 땅에 농사를 지었었다.
"야야, 은혜야. 내 이제 니 땅에 농사 못 짓겠다. 몸이 늙어가 이제 고마 농사 좀 줄일라꼬."
아재의 전화 한 통에 그녀는 고민 없이 내려왔었다.
꽉 막히는 자동차의 행렬도 싫었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빌딩 숲도 싫었고,
기계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집에 들어가는 것도 싫었다.
그녀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늘 불편했다.
"야가 서울에 있는 좋은 회사에 다닌다 아인교."
엄마의 어깨는 늘 들썩였다.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도저히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싫어도 묵묵히.
사실 다른 대안도 없었다. 이 월급을 포기하고 다른 무언가를 할 자신도 없었다. 불편해도 참고 다니는 것.
그것이 그녀의 20대와 30대에게 해 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녀는 부지런히 돈을 벌었고, 부지런히 돈을 모았다.
그녀는 이 생각 하나로 버텼다. 그리고 마흔이 넘어 중반으로 가는 쯔음, 그 때가 찾아 온 것이다.
맞지도 않는 옷은 집어던져버리고, 그녀는 몸을 포근히 감사주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었다.
흙이 묻고, 똥이 묻고, 벌레 시체가 묻어도 괜찮은 그런 옷을 입었다.
훌훌 털어 세탁기에 마구 돌려도 아무렇지 않은 옷.
햇볕에 바삭하게 말라, 햇살 냄새가 나는 옷.
그녀는 매일이 편안했다.
아침, 저녁 선선할 때는 아재에게 농사일을 배웠고,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날에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먹고 싶을 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고기가 아니면 마트나 장에 갈 필요가 없었다. 그녀에게 없는 채소는 동네 어르신들이 가져다주었고, 그녀의 작은 텃밭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무언가를 갖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먹고, 자고, 쉬는데 필요한 것들은 생각보다 많은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아침엔 새소리가 들렸고, 저녁엔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그녀는 지금 그녀가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불편함을 잊은 지 오래였다.
마흔이 넘어서야 그녀는, 그녀의 행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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