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담아요.

아빠의 카메라

by 구르뮈




오늘도 이 작은 녀석 하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본다.


아빠는 늘 이 작은 녀석 안에 나를 담아주었다.

내가 화가 났을 때도, 울고 있을 때도, 웃고 있을 때도,

심지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까지 모두 담아주었다.

셔터를 누르고, 이 작은 녀석을 내리며 나를 바라보던 아빠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아빠가 떠나고 이 작은 녀석이 나에게 왔다.


"아빠는 랜즈로 보는 세상이 참 좋아. 비록 눈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이 랜즈에 마음을 담으면, 사진에 그 마음이 보이거든. 아빠가 찍은 너의 모습엔 아빠의 마음이 다 담겨있어."


이제 이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아빠가 보인다.


아빠를 따라다녔던 출사길을 이제 혼자 간다.

아빠가 걷던 길을 따라 이 작은 녀석과 함께 걸어간다.

아빠가 곁에 있는 듯 느껴진다.


랜즈에 눈을 가져다 댄다. 랜즈 속의 세상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좁다.

내 눈으로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작은 랜즈 안에 담아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눈으로 담아 마음으로 기억하는 것 말고, 랜즈에 마음을 담아 사진으로 기억하는 것.

이것이 이 녀석이 나의 손에 들어온 날부터 나의 업이 되었다.


셔터의 찰칵 소리.

찌잉 필름이 감기는 소리.

암실에 들어갈 때까지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는 것조차 마음에 들었다.

선명하지 않은 사진의 질감까지도.


내 사진에도 이제 마음이 보일까?


다음 달엔 첫 개인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러 온다.

내 마음이 그들에게 닿길 바라본다.


내게 사진은 그냥 기억을 저장하는 작은 네모가 아니다.

마음을 담아내는 글이고,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다.


나는 마음을 담아내는 사진사이다.

랜즈 안에 들어 있는 세상을 전하는 작가이다.


아빠는 나에게 카메라를 물려준 것이 아니다.

세상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을 물려주었다.









매주 수요일 발행.

소설 같은 에세이. 에세이 같은 소설.

그림 같은 삶의 이야기.

구르뮈_시리즈, 그녀는 구독.




9cfe15f4-4c7f-4227-b48d-b48daec198e1.png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