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막둥이

네 덕분에 우리가 효도를 다 한다.

by 구르뮈




나는 애교쟁이 딸이 아니었다.

나는 애교쟁이 딸을 낳았다.


9년 동안 시댁에는 첫 손주가 끝손주였다.


아주버님은 아이 없이 이혼을 하셨고, 재혼을 하시지 않았다.

아가씨는 시집을 가지 않았다.


그래서 손주는 오직 하나.

우리 아들.


본인은 셋을 낳았는데, 손주는 하나뿐.

요즘은 이런 집들이 많아서 그나마 덜 속상해하셨다.

하지만, 손주 많은 집을 은근히 부러워하시는 눈치셨다.


나에겐 내색을 크게 하시지 않았다.

아니 둘째를 원하신다는 걸 알았지만, 모르는 척이 맞았을까?

마음에 없는 것은 모르쇠! 어떤 유사 말을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남편에게는 '둘째 낳아라 키워주겠다' 하셨다 하지만, 나는 들은 바가 없다.


아니, 그 말씀만 믿고 내가 덜컥 낳았으면 어쩔 뻔했나!!

이젠 연세가 있으시고, 경제력은 우리 아이를 키워 주실 만큼은 아니다.

아이는 우리가 키워하는 것이 맞다.

이만큼 도와주셨으면 부모님은 하실만큼 하신 것이다.

우리 손으로 못 키운다면 낳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찌어찌 마음이 바뀐 나는 그렇게 원하던 두 번째 손주를 안겨드렸다.


귀하디 귀한 둘째 손주가 태어났다.

그런데 애교까지 장착한 손녀로 태어났다.


그런 둘째는 시댁뿐만 아니라, 친정에서도 귀염둥이다.


남동생도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리고 둘째는 없다.

친정에도 귀하디 귀한 손녀가 된 것이다.


그 애교도 없는 손자 녀석들이 다 커버려서 이젠 그나마 부리던 재롱조차도 볼 수 없는 이 시점에,

애교는 물론 재롱까지 겸비한 데다가 말도 예쁘게 하는 손녀라니.


친정엄마는 분명 하나만 키우라고 하셨다.

'힘든데 둘째 왜 낳으려고 하냐?'라고 했었다.

음.. 지금은 '낳길 잘했네. 잘했다.' 하신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매달 둘째를 보여드리기 위해 시댁과 친정을 오가야 한다.

매일 보는 나도 예쁜데, 어쩌다 보면 얼마나 더 예쁘실까.


이번 주 시댁에 가면 다음 주는 친정에 가야 한다.

한주는 일단 쉬자.

그럼 다음 주는 친정, 그다음 주는 시댁.

남편이 일이 있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기타 등등의 상황이 아니라면,

격주로 이동을 한다. 1박 2일, 길게는 2박 3일. 두 시간을 달려서.

(시댁도 두 시간, 천정도 두 시간 거리)


이제 우리도 나이가 들기 시작하니, 이렇게 매달 거의 매주를 움직이는 게 힘들다.

그래도 둘째를 보고 싶어 하시는 걸 뻔히 아는데 가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도 지금이 제일 예쁠 때고,

부모님도 지금이 제일 젊으실 때다.


사랑둥이 둘째 덕분에 우린 효도를 하고 있다.

매 달 가는 게 좀 힘들어도,

양가 부모님 얼굴에 미소를 얹어 주는 일을 하는 건 둘째뿐이다.


애교 철철 넘쳐서 우리 가족의 웃음꽃이 되어주는 둘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요 조그마한 것이 정말 큰 일을 하고 있다.


헤어질 땐 손하트에 뽀뽀도 날려주고,

다음에 또 올게요, 아프지 마세요, 사랑해요를 남발하는 귀여운 손녀.


딸에게 받지 못한 애교와 사랑을 양가 부모님이 손녀를 통해 듬뿍 받고 계신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재주를 가진 딸.

이런 아이를 내가 낳았다.(씨-익)








금요일 연재.

초보작가의 초보가 아닌 초보육아일기.

아이 둘은 처음이라.

두근두근, 구르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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