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을 향한 이상한 시도.

by gulogulo

우리는 같은 우주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굳이 의심할 이유조차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같은 우주에 있다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직접 닿지 못한다.


나는 타인의 감각을 경험할 수 없고,

타인의 의식에 접촉할 수도 없으며,

물리적으로 일어나는 일도 직접 접촉이 아니다.


결국 타인의 세계는 언제나 추정의 대상에 머문다.


우리가 주고받는 것은

서로의 내부가 아니라 신호다.


표정, 말, 몸짓, 문장.


그리고 그것들이 나의 인식 시스템 위에서

나의 방식으로 해석될 뿐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더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언어를 만들어 소통하고,

개념을 공유하고,

교육이라는 체계를 발명해서, 지식을 축적하는 동시에 세계를 해석하는 방향을 맞추려 노력했다.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어떤 구분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반응을 자연스럽다고 여길 것인지.


우리는 같은 세계를 본다기보다

비슷한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하도록 학습된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아직도 완전하지 않다.


애초에 ‘완전하다’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각자의 경험과 기억, 감각 구조가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라는 말은, 언제나 어디인가는 잠정적이다.


완벽한 일치라기보다

충돌이 줄어든 상태에 가깝고,


오해 역시 거대한 오류라기보다

서로 다른 해석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간격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때로 진실에 도달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순간적 해석 위에 잠시 머무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계속해서

서로를 향해 의미를 구성한다.


어쩌면 관계란,

이해의 완성이 아니라.


끝내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는 조건 아래에서도 서로를 향한 공명 시도를 거두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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