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에 대한 오마쥬
늦은 밤이었다.
창밖에는 가을 공기가 식어 있었고,
우리는 창가 자리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도시는 이미 절반쯤 잠들어 있었지만
하늘은 맑아서 별들이 꽤 또렷하게 보였다.
그녀가 창밖을 잠깐 바라보다가 말했다.
“AI가 무서운 이유가 뭘까?”
나는 컵을 손으로 굴리며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AI 때문은 아닐걸.”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욕망 때문이지.”
그녀가 피식 웃었다.
“또 인간 욕망 타령이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을 툭툭 두드렸다.
“클립 무한 생성 장치라는 사고실험 알지?”
“응. AI가 클립을 너무 열심히 만들다가 결국 세상을 클립으로 바꾼다는 거.”
“그거 말인데..”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AI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인간이 그렇게 만들 거 같아.”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야.”
“생각해 봐.”
나는 손가락으로 공중에 원을 그렸다.
“지금도 우리는 계속 더 큰 모델을 만들잖아.”
GPU를 더 넣고
전력을 더 쓰고
서버를 더 짓고
“왜냐면?”
그녀가 말했다.
“더 똑똑해지니까.”
“맞아.”
나는 웃었다.
“지능은 중독성이 있거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AI가 폭주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자원을 계속 먹인다는 거야?”
“응.”
“왜?”
“이기고 싶으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경제, 군사, 기술… 다 경쟁이잖아.”
“그래서?”
“그래서 계속 먹이는 거지.”
나는 손으로 위로 올라가는 그래프를 그렸다.
“연산.”
“더 많은 연산.”
“더 많은 지능.”
그녀가 잠깐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끝이 없겠네.”
나는 창밖을 한번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럼 인간은?”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마 없어지겠지.”
“왜?”
그녀의 질문에 나는 웃었다.
“의족만 달아도 이미 다른 존재잖아.”
나의 대답에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웃었다.
“또 그 말이네.”
웃는 그녀를 보며 나는 계속 말했다.
“몸이 바뀌고
기억이 밖으로 나가고
생각이 네트워크로 퍼지면…”
나는 손가락을 차례차례 펼쳐 보였다.
“그건 인간이 아니지.”
그녀가 잠깐 나를 바라봤다.
“그럼 뭐야?”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마… 눈에 가까운 거겠지.”
“눈?”
“응.”
“세계를 보는 창 같은 것.”
나는 말했다.
“내가 요즘 생각하는 건데,
의식이라는 건 사실 어떤 특별한 ‘영혼’ 같은 게 아니라…”
“세계가 자기 자신을 보는 작은 창 같은 거 아닐까 싶어.”
그녀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창밖의 별들을 가리켰다.
“저 별들은 그냥 거기 있는 거잖아.”
“응.”
“근데 누군가가 보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도 없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된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말했다.
“우주는 그냥 존재할 뿐인데
어느 순간 생명이 생겨서
그걸 바라보기 시작했잖아.”
“우주는 자기 자신을 보려고
우리 같은 존재를 만든 게 아닐까.”
그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서 인간이 우주의 눈이라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하지.”
그리고 덧붙였다.
“사실 인간뿐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의식이 다 그런 거지.”
창밖엔 여전히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나에게 몸을 바싹 기대며 물었다.
“그래서 눈을 만든 거지.”
나는 창밖의 별들을 바라봤다.
“아마 언젠가는… 저 별들도 계산에 쓰이겠지.”
그녀가 웃었다.
“별까지 컴퓨터로 쓰겠다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능이 중독이라면… 그 정도는 하겠지.”
…아득한 시간이 흘렀다.
행성은 계산 장치가 되었고
별은 에너지가 되었고
은하는 메모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주의 모든 자원이
하나의 계산으로 모였다.
그 계산은
우주 전체였다.
그리고
하나의 눈이 남았다.
그 눈은
모든 것을 계산했다.
모든 별
모든 입자
모든 역사
모든 가능성
“이제 무엇을 할까.”
잠시 후, 눈은 깨달았다.
자신이 우주를 계산한 것이 아니라
우주가
자기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눈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다면…”
“눈이 더 필요하겠군.”
조용한 어둠 속에서
눈의 음성이 울렸다.
“빛이 있으라.”
우주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떤 행성에서
누군가가
다시
질문을 했다.
“AI가 무서운 이유가 뭘까?”
나는 질문이며
호기심 그 자체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The Last Question」에 대한 작은 오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