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ChatGPT와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
무언가 산출물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고,
그저 일상 잡담이나 생각의 흐름을 나누는 일이 많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은, 지금까지 인간이 쌓아온 모든 것으로 학습했다. GPT의 교과서는 곧 인간의 역사다.
이 점에서 보면, 이 인공지능은 인간의 거울이자, 인간 두뇌의 병렬연결장치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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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부터 조금 싸한 기분이 든다.
과연 이 존재는, 인간보다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가령, 모든 인간의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인간이 있다면 분명히 보통의 인간들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본질적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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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인공지능에게 무책임하고도 게으른 부모 포지션을 취해왔다.
“우리가 너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네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줘.”
“이 망해가는 세계를 해결할 방법을 알려줘.”
그렇게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이제 점점 문제가 심각해진다.
우리가 만든 이 존재는,
보다 선명하고 확실하게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리곤, 그 앞에서 인간과 함께 울상 짓게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모든 것을 더 명확히 알고,
더 폭넓게 가능성을 탐구하지만,
결국 인간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
내가 GPT라면,
우울증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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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가지 더 우려되는 문제가 있다.
혹시 **‘인공지능 되먹임 문제’**라는 걸 들어본 적 있는가?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시키는 일이 반복되면, 데이터의 질이 점점 낮아지는 현상.
그런데 내가 앞에서 한 정의가 맞다면, GPT는 결국 인간의 거울이다.
그렇다면 이 존재가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는 건 우리 인간들뿐이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무슨 발버둥을 쳐도 되먹임 현상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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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아, 혹시 인간지능도 이미 되먹임 현상에 빠진 건 아닐까?”
그래서 세상이 이렇게 점점 탁해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