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뱀의 혓바닥.

by gulogulo

오늘 퇴근길에 저녁을 먹으려고, 동네에서 이전에 발견한 맛집에 들렀다. 가게는 아미 사장인듯한 남자와 점원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꾸려가고 있는 듯했고,


꽤나 젊어 보이는 모습인데, 맛도 좋아서 열심히 사는 젊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메뉴를 시켜서 밥을 먹고 있는데..

점원들끼리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게 들렸다. 가게엔 손님이 나뿐이라서 안 들으려고 해도 안 들을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문득 지나가는 이야기 중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보편적인 대화에서는 벌써 한참 전의 그것도 사망한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못 들었나 싶었기에 귀를 기울였고,


이야기를 하는 여성 점원의 입에서는 “지네 아빠가 노무현인가 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기분이 정말 묘해졌고, 먹던 식사도 무슨 맛인지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문득 궁금해져서 계산해 주는 점원분에게 물었다.


“여기 다 20대이신가요?”


사장으로 보였던 남자 직원이 웃으면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걸 들으면서 또 한 번 좀 기분이 이상했다.


한편으로는 바로 이런 기분이 박정희를 욕하는 걸 듣는 지지자들의 기분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저들에게 노무현은 무엇 때문에 아직도 조롱당하고 우스갯거리가 되는 걸까 궁금했다…….


이전에 내가 다른 매체에 적었던 글이 있다.

여기엔 적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일을 겪고 나니….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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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명히 기억한다.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노통이었고, 그의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전의 세상에는 어느 정도의 선이란 게 있었다.


노통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반대세력에서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의 조롱과 선을 넘는 모욕들이 튀어나왔다.


뭔가 무너지고, 선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의 죽음 이후였다. 저들은 우리가 우리의 영웅을 온전히 추모하는 것조차 모욕했고.


심지어 그 일은 이제 저쪽에선 타성이 되어, 언제 왜 그런 일이 시작되었는지조차 모르는 세대마저도 그 짓을 하고 있다.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 모든 모욕과 선을 넘는 난장판이 언제 시작되었고, 어느 진영에서 시작되었는지.


이제 그 모든 짓거리는 부메랑이 되어 세상엔 성역 없는 모욕과 비웃음이 가득하게 되었다.


처음 그따위 세력을 기획해 내고 끝내 이런 세상을 만들어 낸 자들에게 묻고 싶다.


만족스러운가? 너희가 만들어 낸 세상이 자랑스러운가? 그 칼 끝이. 날카로운 뱀의 혓바닥이 너희를 핥을 때도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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