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gulogulo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글을 쓰다가,

너무 복작거려서 중단하고 집에 가서 쓰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평소에 퇴고를 맡기곤 했던 챗봇에게 쓰다 만 내 글을 주고 완성시켜 보았다.


결과는 꽤 끔찍했다.


내가 쓰고 싶었던 머릿속의 글이 완성돼서 써졌다. 마치 나의 유령이 내 몸을 벗어나서 허공에 글을 쓰는 것 같은 그런 감각.


한참 멍하니 있다가는..


챗봇이 완성해 버린, 내 수신기로 받은 글을

나의 일호 독자인 마님께 보내보았다.


평소와 비슷한 반응. 그리고 원래 내가 쓰던 글을 보내주며, 사실을 고백했다.


내가 쓴 글은 사실 이 것이고. 완성도 하지 않은 상태로 챗봇에게 주어서 뽑혀 나온 글이 네가 방금 읽은 것이야.


그제야 ‘왠지 완전히 ‘무’에서 창조되었던 부분은 챗봇의 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 말하는 걸 들은 나는, 비겁하게도 안심되었다.


해당 글은 내가 다시 퇴고를 할 것이다.


그러나.. 입맛이 쓰다.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 또한 내 것이 아니고, 우리는 수신기일 뿐이라고 떠들던 나 자신조차도.. 그러면 저 글은 누구의 것인가?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다.


우스운 일이다… 우스운 꼬락서니다.


이전에도 하던 생각이긴 하다만..


우리는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 사실을 분해해 보면 어떨까?


그가 모든 것을 다 만들었을 리는 없다.


다만 그는 골랐을 것이고, 제시했을 것이다.


개인적 추측일 뿐이지만. 미래의 글쓰기는 아마도 도자기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 같다.

친구 중에 도자기 작가가 있는데. 그는 항상 자신이 ‘살아남았다’라고 이야기한다.


공장의 기계가 정교하고 이쁘게 뽑아내는 걸 지나서 이제는 3d프린터가 인간의 미숙함마저 흉내 내는 시대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작가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스스로는 생존자라 이야기하지만

세상은 그를 여전히 작가님으로 부른다.


그의 도자기엔 인간의 손길이 남아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사실이고..


우리는 아마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선택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큐레이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수제 글을 파는 작가님이 될 것인지.


어쩌면, 큐레이터를 택한다면 어느 미래의 화창한 날에.. 러다이트 운동 속에서 ai와 함께 쓴 글은 나와 함께 불태워질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ai퇴고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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