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왜 해야 하는 거지?

준비되지 않은 부모

by 거북이와 달팽이

나이가 차면 자연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부모가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 모든 과정을 치르기엔...

결혼과 출산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너무나도 큰 변화를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셈이었다.


30여 년간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가정을 이루게 될 때, 얼마나 많은 충돌이 있을까?

그동안 부모의 사랑을 받기만 해왔던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고 자녀를 낳으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

도파민이 한껏 분비되어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에는 이 모든 상황에 관대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내 몸과 마음이 힘들 때에도 무한한 사랑을 누군가에게 줄 준비가 되어있는가...


여자에게 임신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출산 이후의 상황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바로 어제까지 해오던 일들을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못하게 되니, 얼마나 답답할까?

결혼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서 인정받고 잘 나갔는데 하루아침에 집 안에 아이와 단둘이 남겨져 자괴감을 느끼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걸까?" "왜 아이를 낳아야 하지?" "결혼은 왜 해야 하지? 혼자 사는 게 더 편한데..."

이쯤 되면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그렇다고 남자는 편한가? 결혼과 동시에 참 많은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 등의 구시대적 교육을 받고자란 남자는

가사와 육아를 함께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는 참 따라가기 힘들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참 많은 역할을 해내느라 힘든 인생이다.


우리 부부는 그랬다.

이 모든 불편한 감정을 뒤로하고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처음 부모가 되는 날을 준비하며...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시중에 나와있는 육아서적들을 모조리 읽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우리는 “준비된 부모”라는 자신감을 갖고 소신 있게 아이들을 키웠다.


막상 모든 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육아 서적이 하는 이야기는 내가 처한 상황과 내 아이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자녀의 훈육에 있어서 부모가 일관성을 가지고 훈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훈육의 대상이 되는 아이는 어떤 특성을 가진 아이인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를 적용할 때에도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라는 주의사항 조차 없었다.

다만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는 훈육 기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뿐, '육아의 본질'을 적어놓은 책은 없었다.


우리는 정원이가 세 살이 되던 해까지 그런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자다가 보채면 내버려 둬야 한다는 '베이비 휘스퍼'와 '베이비 휘스퍼 골드'의 명언을 그대로 따랐고,

아이의 잘못에 '타임아웃'을 통해 아이를 훈육했다.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권위를 가지고 훈육해야 한다는 말을 오해했다.


그렇게 책에서 배운 대로 아이를 키웠지만 아이는 상처 받았고,

뒤늦게 깨달은 부모는 갑절의 시간을 노력해야 했다.


10년 전 서점에 갔을 때에는 몇 안되던 육아서적들이, 이젠 책장 한 가득 넘쳐나고 있다.

이제는 사춘기로 접어드는 아이를 위해 10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찾고 있지만,

그런 책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본다.


그렇게 부부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우리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깨닫고,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이 모든 것을 깨닫고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경험하고 이겨내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순간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성장하기를 권한다.

도무지 답을 알 수 없는 결혼과 육아를 통해 부부는 더욱더 성장하고,

그 과정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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