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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와 달팽이 Nov 30. 2019

#7. 아이가 지키지 못할 약속, 부모의 훈육

겨울왕국이 유행했던 시절...

정원이가 겨울왕국을 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딱 한 시간만 보고  끄자고 했고, 아이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 영화가 한창 진행 중인데 컴퓨터를 끈다는 건 엄청난 절제력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엄마는 아이가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것을 요구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절제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옆에서 지켜보던 아빠는 더 화가 났다.


일방적으로 티브이를 꺼버리고 아이가 사과할 때까지 받아주지 않았고, 책도 읽어주지 않았다.

오갈 데 없는 아이는 그냥 잠자코 울음만 참고 있었다.  

엄마는 “아직 어린애잖아요...”하며 살며시 안아주었다.  

정원이는 엄마품에 쏙 안기면서 흐느끼기 시작했고, 엄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빠는 그마저도 막았고, 아이는 다시 한번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아빠가 "정원이 아빠랑 이야기할 준비되었어?"
아이는 마지못해 "네"라고 하지만 아빠에게 절대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아빠와 아이의 대화는 결국 합일점을 찾지 못했다.

대화의 끝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 아빠에게 물으니 “정원이는 안 잔대요...”

방에 들어가 보니 어둠 속에서 정원이가 토끼를 안고 앉아있다.   

엄마는 정원이를 살며시 안아 눕혀주었다.

아이는 또 울음을 터뜨리고는 스르르 잠이 든다.  품속에서 계속 흐느끼는 게 느껴진다.


달팽이 :  부모는 언제나 아이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죠... 그렇지만 부모에게도 기대 수준이 있잖아요.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허용해 줄 때는 그것까지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거북이 : 어제 있었던 일은 부모가 강조한 것을 아이가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가혹하게 훈육했던 것 같아요. 반면 엄마는 아이가 지키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 거겠죠. 둘 다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뭐가 문제일까...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는다? 아니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아이가 약속을 못 지켰을 때에는 괜찮아하며 받아준다?   


달팽이 : 상황을 모면하려고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준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내가 퇴근해서 할 일이 있으니까... 괜히 아이한테 영화를 틀어주고... 일이 끝나고 나서는 영화를 오래 보는 것 같으니까 끄자고 했던 게 문제였어요. 평일에는 시간이 늦어져서 영화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건 지켰어야 했는데, 어른이 먼저 규칙을 깬 거죠.  부모의 권위라면서 일방적으로 티브이를 끄고, 아이는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울면서 잠든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많이 불편했어요.


거북이 : 참 어렵네요.. 일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샤워하고 양치하고 나왔는데, 정원이가 갑자기 어제 엄마가 빼빼로 먹는 거 허락해줬다고 지금 먹겠다더라고요.  

근데 그날 저녁을 하필 이모님이 짜장면을 시켜 먹였고 그 이후에 사탕까지 줬었거든요...

엄마가 약속을 했더라도 이미 단걸 너무 많이 먹어서 단호히 “안돼~~!!!” 했죠.

정원인 잘 수긍하더라고요.  그러고 샤워하러 갔다 오니 둘이서 낄낄거리며 안방에 막 숨어요~

뭐 레고 사탕을 먹고 있다나?

물어보니 레고를 사탕이라며 둘이서 먹고 있는 거예요!!  헉!!

그래서 "정원아, 엄마 아빠한테 숨기는 건 옳지 않아. 너무너무 레고를 먹어보고 싶으면 아빠에게 진심으로 이야기해야지... 그래야 위험한 상황이 나와도 도와줄 수가 있어. 이렇게 숨기고 했다간 큰일 나~" 했죠.

이런 상황이 생기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달팽이 : 그렇죠. 아이들과 대화를 할 필요가 있겠어요. 분명 우리 가족이 정한 큰 규칙은 잠들기 전에 과자를 먹지 않는 건데... 순간순간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과자를 먹겠다고 하면 들어줘야 하는지...  들어주지 않으면 그 순간 엄마는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죠... 근데 호기심에 애들이 부모 몰래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하니 어디까지를 허용해 줘야 하는지 참 어려운 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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