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제 놀이터에서 친구가 잃어버린 abc로봇을 정원이가 찾았다.
지후에게 그걸 보여주려고 동생을 부르는 순간 엄마는 “정원아!!!” 소리를 질렀다.
보나 마나 아이들이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싸우거나, 혹은 싸우지 않더라도 가지고 놀다가 또 잃어버리거나 할 것만 같았다.
깜짝 놀란 정원인 완전히 위축되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다.
괜스레 미안해진 엄마가 아무 말도 않고 있으니 정원이는 엄마에게 “엄마, 야단이 뭐야?” 한다.
“정원아,, 야단치는 것 같았어? 엄마는 이런 생각에서 그랬던 건데 정원이가 야단으로 느꼈으면 정말 미안해..”
달팽이 :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남과 비교해서 만족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정한 기준에 도달할 경우 만족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주저하는 경우가 거의 없죠. 근데 내가 엄마로서 정한 기준이 자꾸 흔들리는 거 같아요. 이럴 땐 들어주고 저럴 땐 안된다 그러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래서인지 아이의 자존감도 오르락내리락하는 중인 거 같아요. 오늘 아침처럼 엄마가 아이에게 자주 사과하는 상황이 옳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거북이 : 부모와 자식도 결국은 모든 걸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사과를 몇 번 하든 중요치 않은 거 같아요. 부모가 순간 화를 내고 큰 소리를 내더라도, 아이와 소통할 수만 있다면 ,,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상황을 아이가 받아들인다면 문제없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우린 점점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거 같아요.
엊그제 나도 애들 둘을 샤워시키면서 지후에게 화를 냈거든요. 지후가 계속 방방 뛰고 그래서 순간 화를 누르지 못하고 “그럼 지후는 밖에서 기다려. 아빤 누나 추우니까 문 닫을 거야”하고 문을 확 닫았죠. 지후는 거실에서 울고불고하는데, 난 버릇을 고쳐줘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절대로 먼저 열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근데요... 정원이가 나를 설득하는 거예요..
“아빠~ 지후도 잘못했지만 아빠도 나쁜 거야. 산타할아버지는 화내는 아이도 선물을 안주지만 울리는 사람도 안 줘. 그럼 나만 선물 받잖아. 얼른 지후 안아줘야 해”
순간 엄청 부끄러워서 “그래. 그러자” 하고 문 열고 지후를 안아줬어요.
그동안 우리가 정원이와 소통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이젠 정원이가 우리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조언해줄 만큼 성장하게 한 것 같아요.
우리도 괜스레 자존심 내세우지 않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요.
보다 큰 틀에서 우리 가족이 공감하고 있으면 사소하게 혼내고 사과하는 과정은 우리가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