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의 다툼, 부모의 역할
첫째가 아빠에게 오더니
“아빠! 나 진짜 진짜 동생이 이 세상에서 없었으면 좋겠어. 나 진짜 너무 힘들어. 매일 동생은 귀여운 척만 하고 엄마 아빠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씩씩한 척만 한단 말이야.” 하며 엉엉 운다.
동생이 너무 미운가 보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동생을 때리려고 한다.
거북이 : 통섭의 식탁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와요. 곡식을 서로 가져다주던 형제 이야기가 왜 오늘날까지 미담으로 전해 지는가를 생각해보면 형제들이 그만큼 배려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라는 거죠.
유전자적 관점에서 보면 첫째가 둘째를 희생시켰을 때 (마치 동생을 죽인 카인처럼) 부모가 자신에게 가할 수 있는 불이익은 “부모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줄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첫째에게는 가장 합리적 선택이다는 거예요.
마치 장자권을 놓고 다투던 야곱과 에서처럼, 아버지 야곱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요셉을 시샘한 형들처럼...
부모에게 혼나더라고 동생의 나쁜 점을 일러주려는 누나의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무작정 혼낼 일만은 아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째에게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요? 아마도 부모의 사랑이 부족함을 느끼고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이겠죠...
달팽이 : 맨날 티격태격 대던 아이들이 오늘은 한 번도 싸우지 않았어요. 엄마가 동생을 안고자도 정원이가 아무 말하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지후가 실수로 누나 발을 밟았는데... 정원이가 “야!” 하면서 한 대 때리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지후더러 사과하라고 시키고, 그래도 마음이 안 풀린 정원이에게 받아주라고 얘기하잖아요. 안 받아준다 그러면 누나가 왜 그러니 하면서 더 혼나고....
이번엔~
“정원이 정말 많이 아팠겠다. 아유~ 많이 아팠겠다.” 했더니 둘이서 더 이상 다투지 않는 거예요.
정원이가 필요한 건 지후의 사과가 아니었나 봐요.
엄마의 공감과 사랑의 표현이었나 봐요.
근데 나도 모르게 중재자 역할을 자꾸 하려다 보니... 애들은 애들대로 마음 상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지치고... 결국 다 화내고 끝나버렸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