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출신은 아니지만 경주가 좋다
올해만 세 번째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초, 중간에 여름, 그리고 얼마 전 가을까지. 아마 올해가 끝나기 전이나 끝난 직후에 겨울 경주까지 볼 것 같다. 겨울 경주까지 합치면, 총 경주 여행만 몇 번인지 셀 수가 없다. 대충 일 년에 두 번이라고 가정하고, 매년 그렇게 다녀왔으니까 최소 23번이네. 여기에 고등학교 수학여행까지 합하면 24번이고, 겨울까지 합하면 25번. 생각보다 적다.
가을 경주는 말 그대로 축복이다. 물론! 사계절 모두가 축복이다. 하지만 굳이 사계절 중 하나를 꼽으라 하면 고민도 하지 않고 가을이다. 내 생일이 있어서도 그렇고, 경주를 여행하는 계절 중 가을이 제일 알맞다. 그래서 생일기념 여행을 정말 기대했는데, 내가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박 2일이 끝이었다. 심지어 둘째 날은 저녁에 올라가야 해서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출발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KTX에서 또 한 번 생각했다. 경주에 집을 얻을까?
(첨성대 옆 핑크뮬리)
서울에도 집이 없는데 경주에 집이라니? 경주에 뭐 숨겨놨어?라는 질문을 한 두 번 받아본 게 아니다. 숨겨둔 건 없지. 아무래도 경주는 나보다 먼저 존재했으니까? 그냥 그거지. 이렇게 자주 갈 거면 숙소 말고 방을 얻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었던 거지. 저 핑크뮬리 사진을 보자. 저렇게 첨성대 주변을 물들였는데 경주에 안 갈 수가 있겠어? 그냥 사진으로만 보겠냐고!
핑크뮬리는 다른 곳에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경주에 있는 핑크뮬리는 말이 다르다. 경주와 핑크뮬리의 조합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그나저나 추석연휴라도 그렇지 첨성대에 그렇게나 관광객이 많았다. 코로나가 끝나니 외국인도 많아졌고,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가족 단위가 많았는데, 주로 혼자 여행하거나 친구랑 오는 나에게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바로 끝! 딱 1초 부럽다. 우리 가족은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텐션으로 싸울 테니까.
위에서 말했듯이 경주 여행을 너무 자주 다녀서 갈만한 곳은 다 가봤다. 그래도 1년 전에 월정교와 현재의 월정교는 다르기 때문에 둘째 날은 월정교에 갔다. 언제였지? 예전에 갔을 때 월정교가 공사 중이라 내부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게 언제인지도 기억을 하지 못한 채 이번에는 월정교 내부 2층에도 올라가 봤다. 월정교와 관련된 만화와 체험 등이 있었는데, 오르내리는 계단이 생각보다 가파른 편이어서 조금 힘들었다.
경주 여행은 보통 혼자라 저녁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아서 월정교의 야경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이번에는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생일파티 하는 곳과 월정교의 거리가 멀어서 가지 못했다. 겨울엔 추워서 더 못 돌아다닐 것 같은데, 최대한 버텨서 야경 봐야지!
개인적으로 경주에 가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 '오릉'이다. 오릉은 말 그대로 다섯 개의 무덤이 있는 곳인데 박혁거세와 알영부인 등의 분묘가 있다. 덜 유명하고, 찾아오는 사람도 극히 적은 곳이라 갈 때마다 꼭 나만의 정원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또 오릉과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이건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다음번에 풀어보겠다.. to be continued...
이번 생일기념 경주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케이크가 아닌 초! 언제부턴가 나이를 그대로 올리는 초를 사용하지 않아서 좀 귀여운 초를 찾아봤더니 곰돌이가 있어서 바로 구매했다. 근데 녹는 위치가 머리라서.. 정면으로 보면 좀 잔인하다. 나의 생일을 위해 머리를 희생했다. 곰돌아! 덕분에 소원도 빌고 생일축하 노래 끝나고 초도 불었다! 고맙다!
항상 여행보단 힐링으로 다녀간 경주였는데, '생일기념'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니 조금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꽤 괜찮았다. 앞으로 매년 또 갈 텐데, 갈 때마다 타이틀을 붙인다면..? 그럼 당장 겨울경주 타이틀도 정해볼까? <2023 마무리 경주여행>? 너무 거창하다. 황남 쫀드기가 맛있었으니까 <쫀드기 대량구매를 위한 경주여행>? 이건 너무 뜬금없나. 아마 그때쯤에 뭔가 일이 생길 거다. 난 알아. 내 인생을! 그럼 그걸 빌미로 또 여행을 가보자. 이미 여행보단 두 번째 집에 가는 느낌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