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는 두려움

by 김시월

악몽을 꾸는 날엔 눈을 뜨면 언니가 옆에서 자고 있는 게 안심이 됐다. 악몽이 반복되기 시작하면서 언니가 꼭 옆에서 자야했다.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성인이 되어 대학교를 다닐 때 까지도 언니와 같은 방에서 자는 게 당연했다.


언니가 독립했다.

집에서 가까운 직장을 다니던 언니가 직장을 옮기는 동시에 독립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내 방이 생긴다는 기쁨은 잠시, 앞으로는 나 혼자 잠들어야 한다는 걱정이 밀려왔다. 언니가 독립하기까지 남은 시간동안 혼자 자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오히려 악몽이 더 심각해져서, 혼자 자는 방에 큰 벌레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닫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꿈까지 꿨다.


하지만 가족에게 말하거나 티내지 않고 매일 같이 일기에 남기면서 내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루는 괜찮을 거라며 위로하다가, 하루는 날 두고 나가버린 언니를 원망하다가, 하루는 내 꿈에 나오는 두려운 것들에 대해 욕을 한가득 적기도 했다.


그러다가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을 생각해봤다. 불을 켜고 자기도 했고,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기도 했고, 아예 방문을 열고 자기도 했다. (거실에서 자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악몽은 계속 됐다. 악몽을 꾸다가 갑자기 잠에서 깨는 날은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는데, 순간 어이가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어나야 하는 걸까. 분노가 생기기 시작하자 내 안의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악몽을 꾸면 그냥 꾸는 거다. 악몽을 안 꾸면 안 꾸는 거다. 길을 걷다가 발목이 삐어서 넘어질뻔한 적이 있듯, 자면서 무서운 꿈을 꿀 수도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내온 지금까지 악몽은 이어졌다. 물론 전처럼 자주 꾸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느낌이 오는 날이 있었다. 왠지 오늘은 악몽을 꿀 것 같은 날. 그런 날은 그냥 노력없이 잠들려고 한다. 마음을 비우는 거다. 그러면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게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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