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새별이는 한참을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세시 오십분이 되기 1분 전. 얼른 이 교실을 나가고 싶다.
초침의 속도가 원래 저렇게 느렸나? 오늘따라 두 배는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12에 도착한 초침. 동시에 수업이 끝났다는 종이 울렸다.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새별은 뒷문을 열고 달리기 시작했다. 학교 앞에 있는 대형마트를 향해.
- 싱싱한 새우! 해산물 코너로 오세요!
- 우리 한우 대박 할인 중입니다!
할인 코너를 지나 새별이 도착한 곳은 즉석우동이라고 쓰여 있는 즉석 요리 코너.
자리를 잡은 새별은 직원과 눈이 마주치자 검지를 폈다.
- 잔치국수 하나요.
직원은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잔치국수 면을 풀고 있었다. 새별은 학교를 마치면 이 마트에 달려와 잔치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갔다. 평일 네시만 되면 달려오는 새별에게 직원은 질문 하나 하지 않았다. 그저 새별이 좋아하는 볶음 김치를 듬뿍 올려줄뿐.
모락모락 김이 나는 잔치국수를 받아든 새별은 자연스럽게 앞접시를 챙겼다. 면과 국물을 따로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덜어놓을 접시가 필요했다. 접시에 면을 덜고 나면, 잔치국수가 담긴 냄비를 들어올려 국물을 마셨다. 숟가락으로 마시는 한 모금은 뭔가 부족했다. 입안 가득 뜨거운 국물이 밀려들어왔다. 국물과 함께 잘게 썰린 볶음김치를 씹었다.
새별은 잔치국수 값으로 내는 삼천원이 아깝지 않았다. 매일 삼천원씩, 일주일에 다섯 번. 중학생이 감당하기에는 큰 금액일 수 있지만, 잔치국수보다 맛있는 음식을 찾기 쉽지 않았다. 아니.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당분간은 잔치국수만 먹고 싶었다.
벌써 한 그릇을 비운 새별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싹싹 긁어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안 찼다. 그렇다고 한 그릇을 더 먹는 건 양심에 찔렸다. 애초에 하루 한 그릇이라고 정해 놨기 때문이다.
- 그래. 이제 가자.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직원이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하지만 한마디를 건네진 않는다. 아쉬운대로, 내일 또 달려올 새별의 모습을 머리로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