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불러온 상상
구름이 불러온 상상
내 기억 속 첫 구름은 집 앞 너른 들 끝, 제석산 위에 걸린 하얀 구름이다. 하늘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이 검푸르고, 그 하늘의 품에 안겨 뭉개 뭉개 솟은 구름은 햇빛을 만나 눈이 시릴 만큼 하얗게 빛났다.
나는 마루에 누어 구름 위에 올라 뛰노는 상상을 한다.
구름 위에 누우면 얼마나 포근할까?
구름은 어떤 맛일까?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리 집은 어떤 모습일까?
저 구름을 타고 도시에 나간 누나에게도 갈 수 있을까?
구름과 함께 내 상상도 뭉개 뭉개 피어오른다. 너무 부풀어 일순간 터지기도 하고, 하늘 높은 곳에 다 달아 희미하게 흩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내 정신이 들게 하는 것은 돌담 틈사이를 지나 마당으로 들어온 봄바람이다. 바람은 빨랫줄에 걸린 이불 냄새와 함께 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냄새는 나를 혼자 두고 들에 나간 엄마 냄새와 같아서 엄마에 대한 보고픔을 달랬다.
처마 밑에는 대나무를 역어 만든 시루가 걸려있고, 그 안에는 쌀밥이 소복이 담겨있다. 전기밥솥이 없던 그때는 그렇게 밥을 보관했다. 그 특유의 밥 냄새를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찰진 쌀밥과 대나무 시루가 만들어낸 냄새, 지금은 그 냄새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구름이 끝없는 상상을 불러오는 이유는 눈앞에 보이지만 직접 잡을 수 없고, 느낄 수없기 때문이다. 훗날 구름을 뚫고 하늘을 오르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은 안개보다 좀 더 높은 곳에 떠다니는 수증기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내게 구름은 미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요즘도 하늘 높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새하얀 구름을 바라보면,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오른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내 안에 어린 날의 내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