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핵보컬 May 30. 2024

공백의 이유, 새로 찾아온 아기와 싸이버펑크

Nuclear Idiots - CYBERPUNK 1999

아무래도 생업이 첫 번째, 밴드가 두 번째이다 보니 세 번째로 밀린 글쓰기는 중간중간 자주 쉬어가게 되기도 한다. 단, 이번에 글 쓰는 걸 잠시 멈추었던 이유는 진짜로 엄청나게 일이 많았기 때문도 있고, 그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글을 쓸 의욕과 소재 등이 고갈된 것도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17일에 아이가 태어났고, 거기에 더해서 올해 초부터 4, 5월까지는 밴드의 새 EP 앨범 [CYBERPUNK 1999]의 준비 및 발매 작업에 매진하느라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생기는 건 인생이라는 장대한 규모의 스케줄에 육아라는 빅 이벤트가 단순히 추가로 얹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생기는 전체적인 변화, 인생의 다른 부분들의 재조정 및 타협이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고 거기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는 가정의 일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하며, 거기에 대해 나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많이 변화해야 하며 상대의 마음을 더욱 헤아려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지금은 여러모로 많이 좋아지고 안정되기는 했으나, 새로 나의 인생에 찾아온 나와 아내를 닮은 하나의 생명체와 그 아이가 가져온 수많은 변화들, 그로 인해 날이 갈수록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 같은 우리의 모습과 상황에 적응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느낀다.


가정과 생업이 차지하는 시간 이외의 거의 모든 시간은 이번 EP 앨범 작업에 투자했다. 전체적인 앨범의 컨셉을 수 차례 구상하고 디자인 시안을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고, 그 외 홍보 플랜을 짜는 거의 모든 일들에 관여했다. 외부 인력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밴드 멤버들 역시 나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지난 정규 앨범보다도 내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고, 이번 EP [CYBERPUNK 1999]는 나의 손길과 입김이 직접적으로 닿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공들여 작업하기도 했고, 공들인 만큼의 애정도 느껴지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겼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중학생 시절 영화 매트릭스 OST에서 Rage Against The Machine을 처음 접하고, 고1 때 Korn의 4집 ‘Issues’와 조우하고 친구에게 선물 받은 Limp Bizkit의 2집 ‘Significant Other’를 만나게 되면서 랩메탈, 뉴메탈이라는 장르에 깊게 빠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언젠가부터 내 밴드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을 때도 제가 뉴메탈 밴드를 하게 될 것이라는 계획을 하진 않았던 것 같네요. 랩이라는 걸 만들 줄도 몰랐고, 하드코어나 데스메탈 보컬들에 비하면 제가 하는 그로울링이나 스크리밍은 그냥 악쓰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느꼈기에, 밴드를 하게 되어도 모던락이나 얼터너티브 장르의 팀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15년 넘게 뉴메탈 밴드를 하고 있네요.


정작 그러면서도 언젠가부터 뉴메탈이라는 장르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지니 스스로 자꾸 제가 하는 장르에 대해 다른 말을 붙이고 했던 것 같습니다. 믹스쳐 록, 그루브 메탈 등 다른 용어를 섞으면서 우리 밴드는 뉴메탈 밴드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실제로도 모던 락이나 팝, 일렉트로닉 음악 요소를 많이 섞으면서 음악적으로도 다른 걸 많이 시도해보기도 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그런데 도쿄에서 라이브를 하게 된 어느 날, 함께 공연한 다른 밴드의 보컬이 저에게 다가와서 “오늘 공연 너무 좋았어요. 예전에 듣던 뉴메탈 밴드들이 생각나더라고요.”라 말했는데, 평소의 저였다면 이 이야기가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가운데에서 우리 곡에 함께 점프를 뛰면서 진심으로 즐기는 그의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오히려 이 일을 기점으로 하여 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고, 이후에는 인터뷰나 다른 데에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 자신 있게 “우리는 뉴메탈 밴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EP 앨범인 ‘CYBERPUNK 1999’는 Nuclear Idiots의 기존 앨범에 비해 뚜렷하게 뉴메탈/랩메탈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음반입니다. 사실 처음에 방향성을 잡고 첫 곡을 만들 때에는 많이 회의적이었어요. ‘이렇게 곡을 만들어도 되는 걸까?’ ‘오히려 이런 건 음악적으로 퇴보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중간에 갈아엎을 뻔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5개의 트랙이 모두 완성되었고, 어느 순간 제가 각 곡의 편곡, 전체적인 컨셉이나 디자인 등 모든 부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지요. 궁극적으로는 이전 앨범들보다 훨씬 더 저의 개인적인 애정과 입김이 많이 들어간 앨범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멤버들 역시 저 이상으로 열심히 노력해 주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긴 해야겠지요. 모든 곡의 레코딩, 믹스, 마스터까지 자체적으로 하면서 아마 저보다도 가사를 먼저 외웠을 정헌이를 비롯해서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이미 충분히 완성도가 있었던 베이스 레코딩을 수 차례 갈아엎고 더 쫄깃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면서 재녹음을 반복한 낙현이, 이번 앨범에서 많은 분들이 좋았다고 이야기해 주셨던 Kingdom과 Karma 트랙의 초안을 제공했던 재성이,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이 엎어지지 않도록 잘 이끌고 나가준 금용형까지 모든 멤버들이 정규 앨범 이상으로 이번에 혼을 갈아 넣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이번 앨범에는 저희가 구상한 나름의 컨셉, 세계관과 앨범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많이 들어주시고 많이 즐겨주시고 6월 8일에 열게 될 앨범 발매 공연에도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4년 5월 28일 작성한 리스너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6월 8일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홍대 클럽 FF에서 열리게 됩니다. 많은 방문 및 관심 부탁드립니다!!

예매 링크https://bit.ly/3Kj9jYA


*앨범 듣기 링크https://linksalad.net/VtBoumOlGM

Nuclear Idiots - CYBERPUNK 1999 (2024.05.24)

01. MCMXCIX

02. CYBERPUNK FM

03. KINGDOM

04. KARMA

05. LIKE A GOLDEN DRAGON (feat. Lena of LUBLESS)


*다음 주부터는 제대로 된 브런치 콘텐츠를 다시 작성을 시작할 예정이니 '게릴라 오디오'의 연재 재개에 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휴재 공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