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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보컬 Jul 11. 2024

단락: 그녀 주변의 시간은 멈추어 있다

Pale Waves의 음악과 불안정한 젊음

Pale Waves라는 밴드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아름답지만 연약하고 불안정한 젊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들어온다. 중학생 시절부터 알았던 친구는 예쁜 외모를 가졌지만 무표정하고 시니컬하며 미소가 다소 어색한 사람이었다. 하얀 피부에 가녀린 몸으로 연약한 느낌도 있었지만 생각을 알 수 없는 눈빛과 툭 내뱉는 말투로 강인하고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도 가진 친구였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베이스를 연주했고 나의 첫 밴드의 기타리스트를 내게 소개해 준 것도 그녀였다. 그 친구는 수 차례 밥 먹듯이 전공을 갈아치웠고 방랑자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한국 나이로 29살,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청춘의 끝자락에 그녀는 드디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차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보내줘야 했던 그날에는 유독 비가 많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죽음은 나에게 큰 상실감과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그렇게 떠나갔기에 함께 늙어가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멈춘 시간 속에서 늘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아름답지만 연약하고 불안정한 젊음이 느껴지는 Pale Waves의 곡들을 들을 때면 이따금 그 친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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