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쑥갓

남방에서 온 오랑캐 Sepultura와 Soulfly

by 핵보컬

90년대 말이 뉴메탈의 전성기였다면 그 태동기는 90년대 중반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시절 Korn이 2집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의 Kerrang과의 인터뷰를 보면 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의 말에서 좀 특이한 부분을 찾을 수 있는데, "지금 우리가 하는 음악은 굉장히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지금 이런 장르를 하고 있는 팀은 우리와 Sepultura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말을 한다. '아니, Limp Bizkit이 아니라 Sepultura? 거기는 스래시 메탈 밴드 아니었던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도 Sepultura는 이미 90년대 중반 즈음엔 다수의 정규 앨범을 낸 중견 밴드였고, 정규 4집인 'Arise'까지도 음악적인 일탈 없이 우직하게 스래시라는 장르를 밀고 나가며 브라질 메탈의 위상을 끌어올린 팀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Korn의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가 저 말을 했을 당시에 발매된 Sepultura의 앨범은 바로 문제적 명반 'Roots'이다.

우리는 (나름) 친구

1994년 발매된 콘의 1집을 들은 Sepultura의 막스 카발레라는 그 사운드에 적잖이 큰 충격과 영감을 얻었던 것 같다. 이후 그는 그 음반을 프로듀스한 로스 로빈슨을 영입하여 특유의 드랍 튜닝과 그루브를 자신들의 음악에 도입하기로 마음먹고, 이전의 스래시 메탈의 색깔을 거의 싹 걷어낸 후에 뉴메탈과 브라질의 자반테 족의 전통 음악이 융합된 독특한 색깔의 음반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 결과는 다소 특이하고 이질적이지만 굉장히 캐치한 메탈 송가 중 하나인 'Roots Bloody Roots'와 같은 트랙들이었다. 음산하지만 내달리는 에너지가 굉장한 리프와 그루브 위에 얹어지는 막스 카발레라의 짐승 같은 절규로 점철된 심플하면서도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진 곡에 메탈 팬들은 열광했으나 기존의 Sepultura 팬들 사이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게 되었다. 당시에 평론가들에게도 대체적으로는 호평을 들었고, 현재에도 음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메탈 음반 중 하나로 꼽히기는 하나 기존 세풀투라의 스래시 메탈에 반해 밴드의 팬이 된 이라면 고개를 저으며 이탈할 만한 앨범이기도 했다. 이 음반의 발매 이후 Sepultura는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데, 바로 핵심 멤버인 막스 카발레라가 이 음반을 끝으로 밴드를 탈퇴해 버린 것이다.

흔히 메탈 팬덤에서는 뉴메탈을 도입한 막스와 나머지 멤버들 간의 갈등과 음악 견해 차이로 탈퇴가 이루어졌다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갈등이 있었던 것은 맞으나 대부분 막스 카발레라의 아내가 밴드를 매니지 하면서 생겼던 트러블과 가족 내의 비극 등으로 인한 인간적인 갈등에 가까웠던 것이며 이미 Sepultura의 앨범 'Chaos A.D.'에서도 그루브 메탈을 도입했던 점, 이후의 밴드의 음악적 행보를 봤을 때도 타 멤버들은 극도로 뉴메탈을 꺼렸는데 막스의 독주로 'Roots' 앨범이 발매되었거나 한 것은 아닌 듯하다. 어쨌든 'Roots'가 발매된 해에 밴드를 탈퇴한 막스 카발레라는 이후 본인의 프로젝트인 Soulfly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후에도 한동안 그의 뉴메탈 사랑은 여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Soulfly의 1, 2집은 거의 뉴메탈 잔치앨범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인데 피처링에 참여한 게스트 목록만 봐도 화려함의 극을 달린다고 할 수 있다. Deftones의 Chino Moreno, Slipknot의 Corey Taylor, Limp Bizkit의 Fred Durst 등 당대 뉴메탈 장르에서 잘 나가던 보컬들이 거의 모두 참여하고 있는 수준이며, Fear Factory의 Dino Cazares, Skindred의 Benji Webbe나 Slayer의 Tom Araya까지 다양한 메탈 장르의 가수들이 앨범에서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본인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이미 'Roots Bloody Roots'에서 발휘된 바 있는 특유의 캐치한 후렴 반복구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여전하여 'Eye for an Eye', 'Boom', 'Jump da Fuck Up' 같은 곡들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청자의 뇌리에 남긴다.

개인적으로는 세 앨범 모두 좋아하기는 하나 셋 모두 완벽한 앨범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Roots'와 'Soulfly', 'Primitive' 모두 공통적인 문제점들을 지니는데, 첫 번째로는 게스트 보컬에 대한 의존도가 과하다는 것이다. 막스 카발레라는 훌륭한 보컬이긴 하나 구사하는 창법이 극히 한정되어 있는데, 그는 스스로가 그렇다는 것을 자각한 것인지 곡 전반에 걸쳐 랩이나 멜로디를 전적으로 피처링 보컬들에게 맡기고 있다. 적재적소에서 이들은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하면서 빛을 발하기는 하나, 문제는 몇몇 트랙에서는 이게 과연 세풀투라 및 막스 카발레라의 곡인지 게스트 보컬이 더 기여도가 높은지 약간의 혼란이 오는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그가 혼자 부른 'Mulambo'나 'The Prophet', 'Bumbklatt' 같은 곡들도 충분히 파워풀하다고 느끼기에 이 점에서 좀 아쉬움이 느껴진다. 두 번째 문제는 그의 브라질 전통음악 사랑에서 오는데 세 앨범 모두 중후반부에 가면 지나치게 길게 느껴지는 퍼커션 인스트루멘탈 트랙들이 개인적으로는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Roots' 앨범에서는 자반테 족의 참여도가 굉장히 큰 편인데 당시에 Sepultura의 팬이었다면 CD가 중간에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웠을 만한 구간이 있어서 뉴메탈로 바뀐 점 이상으로 이 부분 때문에 팬덤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트랙들에도 Sepultura의 기타리스트인 Andreas Kisser가 직접 시타르를 연주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밴드 멤버들이 직접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으니 무조건 비판하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Soulfly의 3집부터는 뉴메탈 사랑이 다소 식은 것인지 이후 막스 카발레라는 앨범마다 음악 장르와 스타일을 바꾸며 밴드 멤버들과 팬덤을 매번 갈아치우는 식으로 자신의 음악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Soulfly 뿐만 아니라 Sepultura의 원년 멤버이자 자신의 형제인 이고르 카발레라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 밴드 Cavalera Conspiracy, 또 다른 프로젝트인 Killer Be Killed 등 다양한 팀에서 다재다능한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3집부터는 나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앞서 언급한 세 개의 음반만큼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파고들 생각은 들지 않으나, 트렌드나 팬덤의 요구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길을 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방랑시인이나 검객처럼 야인의 풍모가 느껴져 멋지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음반은 공통적인 문제점도 지니지만 각각 독자적인 매력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Sepultura의 'Roots'는 그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가장 돋보인다고 생각하고 Soulfly의 1집인 'Soulfly'는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로 한 막스 카발레라의 의욕과 열정이 가장 높은 상태일 때 만든 음반이라고 느낀다. 이후 그가 만든 2집 'Primitive'은 1집 이후에 조금 정돈되고 정제된 안정감 있는 앨범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성적이면서도 캐치한 매력이 있는 뉴메탈 앨범이 듣고 싶다면 위의 세 앨범 중 어느 하나를 들어도 실패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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