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 상실의 시대

한 달 만에 겨우 쓰는 글

by 핵보컬

본래 매주 글을 쓰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2주에 한 번으로 바뀌었고, 아예 공백이 1달을 넘게 지속되었다. 일단은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요 근래에 글을 쓸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아무리 소소한 글이라도 쓰는 것은 일종의 창작 활동이다. 원활한 창작을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절실한데, 근 1개월 동안 글뿐만 아니라 나머지 분야에서도 나는 창작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했었다고 생각한다.


큰 우울감이나 불행이 그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역으로 올 한 해의 시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상대적으로 행복의 틀 안에서 자리했다고 느낀다. 이전의 내 개인의 인생에서 결핍되어 있던 많은 부분이 채워지는 시기였고, 여러모로 나의 삶은 풍요로워졌고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여러모로 풍요로워지고 성장한 내 개인의 삶에 비해, 한 명의 창작자로서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공연을 하는 게 즐겁지 않게 되었다. 관성으로 라이브를 했고, 관두기는 싫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밴드를 유지해가고 있었다. 애당초 밴드를 하는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녹여낸 글을 쓰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자 정체성이었는데 밴드가 흔들리고 있으니 글 역시 표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일이 언급하기도 구차하고 여기에 쓰기에는 내용이 길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최근 몇 차례 음악 활동과 관련해서 불쾌한 일들을 겪었다. 그렇기에 많이 좌절하고 회의감을 느꼈다. ‘왜 굳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음악이라는 걸 해서 이런 결핍을 능동적으로 느껴야 하는가?’, ‘다른 데에서는 느낄 필요도 없는 열등감을 왜 기어이 나서서 체감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날 괴롭혔고, 이제는 내 인생에 필요도 없는 밴드라는 것을 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한국에서 하는 밴드란 미묘하다. 실질적으로 벌 수 있는 돈은 미미한데 그 안에서의 경쟁심이라는 게 생각보다 꽤 크다. 나의 자아실현, 나의 명예라는 것이 걸려있기에 그 안에서 더 자존심을 내세우고 유독 남의 떡이 커 보이게 된다. 더 인기 있는 밴드가 자기들보다 인기가 없는 팀을 질투하게 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며 순항 중이었던 팀이 한두 번 좌절을 겪고 바로 좌초해버리게 될 수도 있다.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이런 생각들을 개인적인 대화로 가까운 사람들, 밴드 멤버들과 풀고 나누었다. 때로는 소리 지르고 싸우기도 했고, 어떨 때는 정말 회사 프로젝트 회의하듯이 장시간 모여 앉아서 대화만 했다.


일단 멈추거나 관두지는 않기로 했다.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기발한 창작물을 접했을 때의 감동이, 내가 밴드와 창작 활동을 멈추게 된다면 더욱 깊은 좌절감과 결핍으로 내려앉을 것 같기에 아직은 그만둘 시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은 더 음악을 만들고 싶고, 내 생각과 감정을 녹여내고 싶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대신에 당분간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패턴에서 잠시 벗어나서, 우리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내적인 탄탄함을 다지기 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우리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어떤 모습을 보이길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본래, 락/메탈에서 잠시 벗어난 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몇 차례 해볼 생각이었으나, 한동안은 이전까지 늘어놨던 뉴메탈 담론을 조금 더 펼쳐볼까 한다. 어쨌든 좋든 싫든 그것이 나로 하여금 음악을 시작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내려놓지 않고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사랑했던 음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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