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쓰는 글... 3년 만에 내는 새 앨범

흥하는 로맨스와 위기의 밴드, 결혼 그리고 NCLRIDTS

by 핵보컬

마지막 글을 쓴지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것을 비교적 정확히 아는 이유는 일정 기간이 지날 때마다 브런치 앱 알림이 꾸준히 나를 닦달했고, 반년 넘게 내가 그것을 외면하면서도 내심 찔렸기 때문이다. 한 해가 시작할 무렵 나는 새해 결심으로 매주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고, 일정 기간 동안 그것을 잘 지키다가 1주가 2주가 되고 그것이 한 달이 되고 결국 무기한이 되는 항례의 마법을 부리고야 말았다.


그...그만해...


이유가 없지는 않다. 나는 지난 6개월 정도를 정말 바쁘게 보냈다. 처음 한 해 결심을 할 때 올해에 이렇게 나에게 빅 이벤트들이 가득할 줄은 짐작도 못했다. 올해에 결혼을 하여 유부남이 되었고, 어제 내가 몸담고 있는 락밴드는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비록 경연을 통해 얻은 작은 무대였지만) 염원이었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서보았고, 올 한 해 밴드 경연대회 결승만 두 번 진출을 했다. 새로이 집을 꾸미고, 새로운 가정을 얻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반년 사이에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다.


그러나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가 내가 너무 바빠서였다고 100% 확언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구석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내 글 내용의 80-90%를 차지하는 밴드 이야기에 있어서, 내가 한 동안 애정과 열정이 짜게 식었던 탓에, 쓰고 싶은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밴드 권태기’라는 것이 온 것이었다.


밴드하기싫어증


현재의 밴드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가까이 밴드 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낸 결과물이란 싱글 두 곡이 고작이었다(EP 2장 정도를 낼 만한 데모녹음이 있었지만 발매 전에 모두 밴드가 해체되었기에). 2016년부터 뉴클리어 이디엇츠라는 밴드를 시작한 이후가 되어서야, EP 앨범 한 장조차 없던 나의 디스코그라피에 첫 EP 앨범이,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올해에 정규 앨범이 무려 두 장째 올라가게 된 것이다. 즉, 이 팀은 내 인생에서 오랜 기간 유지가 되고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간 유일한 팀이었던 것이다. 성질 급하고 (경력에 비해) 경험이 부족했던 나에게 의례 연식이 된 인디 메탈 밴드가 겪을 만한 당연한 침체기/정체기가 온 것이고, 그것에 대응할 노련함이 나에게 부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2019년에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녹음하는 과정은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즐거움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매번 녹음실에 사람들이 놀러 오고 농담이 오가고 하고 싶은 모든 걸 다 했던 앨범이다. 이후 활동도 원활했다. 여러 공연을 무난하게 주최했고 생애 첫 해외 공연도 즐겁게 마무리했으며, 관객도 자연히 늘어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자연히 지금까지 쌓아온 데모곡들을 다듬어서 두 번째 앨범을 만들 계획이 이뤄졌고 이후에 방송 출연까지 이야기가 오가면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게 2019년 말~2020년 초까지의 이야기이다. 2020년은 우리의 해가 되지 않을까, 드디어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보지 않을까 기대를 품었다.


이 때만 해도 다 좋을 줄 알았지...


그러나 상황이 나빠지는 데에는 얼마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모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쁜 의미에서 이슈가 되면서 우리가 출연하기로 예정됐던 프로그램은 그와 같은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경연 프로였기에 아예 무기한 보류가 되면서 엎어졌고,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연장은 나날이 텅 비어갔다. 2020년 중반까지 우리는 나름 분투하면서 공연을 이어갔으나 결국 공연을 진행하면 할수록 오는 사람들이 줄어가는 기현상을 경험하며 모든 멤버들이 지쳐갔다.


이 시기 즈음에 글을 매주 쓰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한 것도 사실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나씩 꾸준히 쓰다 보면 내 생각도 정리되고, 혹시라도 이 글을 누군가가 읽고 한 명이라도 더 공연장에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바램과 짠내나는 이유로 매주 스스로와 약속을 하고 지켜나갔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앨범 작업을 진행시키려 했고 완성을 위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지만 이런저런 녹음실의 사정, 우리의 계획 변경 및 멤버 개개인의 사정 등이 겹치면서 본래 2020년 가을쯤에 나올 예정이었던 앨범 역시 계속 미뤄지기만 했다. 그 사이에 나에게 찾아온 것은 심한 번아웃이었고, 마음속을 채운 것은 관두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보면 그 당시 내가 기분이 많이 안 좋았나 보다,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나 보다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결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이전엔 상상도 못 했을) 상대를 만났고 인생에 여유도 있고 무슨 게임을 해도 재미있고 어떤 영화를 봐도 즐거움이 넘치는 부족함 없는 삶이었다.


거꾸로 그만큼 다른 것이 좋았기에 당시 밴드의 답답한 상태를 견디기가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밴드 일과 관련되어 누군가와 컨택을 해야 하고 이야기가 오갈 때에 상대방의 예의 없는 행동 및 무시에 상처를 받을 때, 누군가가 우리와 다른 팀을 비교하면서 ‘너네도 저 정도로 유명해? 저 정도 아니면 그냥 관둬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쉽게 물어보거나 농을 칠 때, 그 외에 소소한 기회가 하나씩 무산될 때마다 ‘내가 굳이 왜 나서서 능동적으로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지?’라는 의문에 사로잡혔고, 이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져 갔다.



회의감의 심화와 확신의 부재는 결국 멤버들에 대한 불만으로도 이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웃으며 넘어갔을 소소한 대화의 태도, 말투와 습관 등이 한 개씩 너무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심한 말과 고성이 오가게 되었고, 묵은 감정이 몇 주 동안 가게 될 때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 하기 싫어도 이 악물고 억지로 하고 있는데 대체 네가 하는 게 뭐가 있어?’라는 악감정이 밀려올 때도 있었다. 진지하게 접는 것을 고민하고 있던 나를 붙잡은 것은 의외로 (지금의 와이프인) 당시의 여자친구였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내가 우리 밴드 멤버들에 대해 마구 떠들던 것, 포켓몬 게임을 하면서도 제1파티는 멤버들 이름을 붙여서 짜던 것 등에 대해 내게 상기시키며, 그만큼 소중한 것이고 사람들인데 지금 힘들다고 놓아버리면 후회하지 않겠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보통의 여자친구라면 남자친구가 그놈의 밴드 관두겠다고 하면 ‘앗싸 좋구나’하고 두 팔 벌려 환영했을 텐데 의외로 나를 말리는 것에 한 번 충격을 받고, 그 내용에 살짝 감동을 받고 결국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친구


물론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바로 뭐가 좋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 멤버들은 자주 싸웠고,

항상 지쳤고,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날부터는 서서히 무언가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맞이한 2022년의 여름과 가을 역시 경연대회 결승 진출 및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슈퍼루키 선정 등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도 수많은 잡음과 갈등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뚜렷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함께 버티고 의지하면서 우리는 다시 활동 의지를 다시금 다지게 됐고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면서 이 ‘밴드 권태기’를 극복하고 이겨내게 되었다.


2022 펜타포트


힘들었던 지난 2~3년을 버티고 (진부한 표현이지만) 멤버들의 피, 땀, 눈물을 쏟아내서 이루어낸 것이 이번에 발매된 우리의 두 번째 정규앨범인 NCLRIDTS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들어보았으면 한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많은 피드백을 주었으면 좋겠고 우리가 음반에 녹여낸 정서에 공감하고 반응했으면 한다.


사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안 쓰는 동안 할 말과 내용이 너무 쌓이면서 이것을 하나의 정돈된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결국 걱정한 대로 이 글은 매우 장황하고 길어졌고, 산만한 데다가 막판은 앨범 광고 비슷하게 마무리된 뒤죽박죽인 글이 되고야 말았다. 그래도 이 과정이 없었다면 나의 브런치를 아무 일 없었던 양 계속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 부탁드린다.


많이 들어주세요


P.S.1 근황 토크로 시작되어 결국 앨범 들어달라는 광고로 끝나버린 엉망진창인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또 소소한 음악 이야기나 여행 이야기로 ‘오랜만이에요’하고 이어가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겠으나, 이렇게 솔직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 심경의 변화에 대해 공유하고 털어놓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어 길고 장황하게 풀게 되었습니다.


P.S.2 밴드의 새로운 시작의 테이프를 끊는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12월 4일 홍대 FF에서 열립니다. 혹, 글을 읽고 평소에 제가 하는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분이시라면 이번만큼은 꼭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3 다음에는 이 글보다는 좀 더 정리된 좋은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