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드라이버: 워크맨, CD, YEPP, iriver, iTunes까지
"또 음악 틀어?"
"음악을 안 틀고 1초라도 조용히 못 있는 성격이야?"
친구이든 이전 사귀었던 누군가였든 간에 내가 플레이어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실제로 내가 어딘가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숙소에 들어가거나 공부/작업을 위해 오래 머물 곳에 입장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십중팔구
1. 방 안에 있는 독이나 블루투스 스피커 탐색
2. 케이블/독/블루투스 연결
3. 선곡 후 재생
이 순서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여 그 공간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차에 올라타도, 집에 들어와도, 아침에 일어나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날의 음악 재생이었다. 스트리밍이 활성화된 지금은 오히려 예전만큼은 열심히 듣지 않지만 그래도 출퇴근 길에는 무조건, 와이프와 함께 하는 분위기 있는 식사시간이나 책을 읽는 시간, 혼자 잠시 생각에 빠져들어야 하거나 작업을 할 때는 음악을 트는 것이 여전히 필수이다.
음악을 가장 열심히 들었던 시기의 매체는 카세트테이프와 CD였고, 어린 나이에도 스스로 공들여 만든 믹스테이프를 들으며 돌아다니거나 공CD를 구워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다녔다. MP3, m3a의 시대로 넘어온 이후에는 감상도 감상이지만 원하는 음반들을 모으는 것에 거의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 같다.
이제 스트리밍으로 넘어온 Spotify, Apple Music의 시대에 과거 내가 모은 CD나 파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겠지만 불과 작년 중순까지도 나는 스트리밍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내가 소장한 음원들 위주로 청취하고 다녔다. 지금 스트리밍 위주로 이용하는 이유도 얼마 전에 결혼 및 이사를 하면서 그 과정에 아이팟을 분실하였고, 새로 사기에는 돈도 아까운 데다가 사고 싶어도 단종되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영화 Baby Driver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이명에 시달렸던 탓에 이를 벗어나고자 음악에 심취하여 데이트를 해도, 은행을 털고 도주를 할 때에도 끊임없이 음악을 귀에 꽂고 재생한다. 나 역시 싫어하는 것들에 무너지고 좋아하는 것들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 기생수마냥 음악을 달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