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의 몰락 속 뉴메탈의 새로운 도약, 무브먼트의 시작
뉴메탈의 영광은 짧았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90년대 중후반에 태동하여 세기말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시기까지 반짝 흥행을 한 후 몇 가지의 명백한 한계점을 노출시키고 대중에게 비호감 이미지를 각인시킨 후에 몰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메탈 쪽에서는 반토막으로 쪼개진 흥행의 바통을 이모코어와 메틀코어 쪽으로 넘겨주어야 했고, 일반 대중의 뇌리에선 메탈을 완전히 잊히게 만들었으니 장르 팬의 입장에선 그 어떤 메탈의 서브장르보다도 강력한 영광(당시에 모든 대중음악프로, 영화 OST에 뉴메탈 밴드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필수였다)을 안겨준 후 메탈 자체를 공중분해시켜 버린 애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약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점에 올라 있었으니 짧은 유행은 아니지 않나 싶지만 당시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지금과는 달리 유행의 흐름이 그렇게까지 급속도로 변하던 시기는 아니었고, 꼭대기에서 바닥을 치기까지의 몰락의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으니 체감상 더욱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2000년대 중반이 뉴메탈의 최악의 암흑기였다고 생각한다. 유행이 끝난 직후 일반 대중과 메탈팬들의 뉴메탈에 대한 반응은 혐오 혹은 망각에 가까웠다. 메탈에 크게 관심이 없던 대중은 거짓말같이 '만델라 효과'에 가까울 정도로 그 존재 자체를 빠르게 잊어버렸고("림프 비즈킷? 그런 팀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수많은 뉴메탈 밴드들이 장르를 바꾸거나(파파로치, 뎁톤즈, 린킨 파크, 소울플라이 등) 흥행부진 속 방황하거나 무기한 활동중지 혹은 해체의 수순을 밟았으며(콘, 림프비즈킷 등), 뉴메탈 자체가 메탈 팬들에게는 거의 볼드모트에 가깝게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금기의 단어가 되어버렸다("뉴메탈은 메탈이 아니야!!"). 오버핏 티셔츠와 루즈한 바지, 피어싱과 블랙 코디로 점철되어 있던 패션의 트렌드는 스키니진과 원색의 컬러, 전체적으로 슬림한 핏을 강조하는 모양새와 샤기컷 등의 룩으로 전환되었고 음악의 트렌드는 자연스럽게 해외에서는 EDM과 팝으로, 국내에서는 소몰이 창법의 극단적 발라드로 넘어갔다. 마치 전 세계가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에 걸려있다가 급격히 조증으로 옮겨간 듯한 느낌이었다.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꽤나 오래 전인 2009~2010년 정도였다. 림프비즈킷의 Rock Am Ring 2009년 공연을 시작으로 많은 굵직한 뉴메탈 밴드들이 갑자기 메탈 세계에서 다시금 부흥을 노리기 시작했고, Kerrang이나 Metal Hammer 같이 한 때는 뉴메탈을 묻어버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던 매체에서 어느 순간 조금씩 긍정적인 투로 뉴메탈을 띄워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시기부터 서양의 굵직한 락페스티벌에 예외 없이 한두 팀씩 뉴메탈 밴드들이 헤드라이너로 등극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뉴메탈의 제2의 전성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 것이, 이 이후로 꽤 오랫동안 이 밴드들의 흥행몰이에 대한 이미지는 '영광의 재탄생'보다는 '추억 대방출'에 가까웠기에 새로이 등극하는 신진 뉴메탈 밴드들도 거의 전무했고, 많은 이들의 시선 역시 '그래. 한 때의 영광으로 끝까지 우려먹어 봐라.'라는 조소에 가까웠다.
이런 흐름대로 추억몰이로만 쭉 갔다면 뉴메탈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을 것이고 아마 콘, 림프비즈킷 같은 굵직한 팀들 역시 '땡길 수 있을 때 바짝 땡겨놓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실망스러운 앨범의 연속으로 팬들의 혹평과 외면 속에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었던 장르 리더 콘은 당시에 가장 핫한 EDM 신성이었던 스크릴렉스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다시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에 성공했고, 이후 원년멤버이자 콘의 음악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탈퇴 기타리스트 Brian "Head" Welch를 재영입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2016년부터 'The Serenity of Suffering', 'The Nothing', 'Requiem' 등의 명반을 3연타로 발매하면서 재기에 완벽히 성공했다. 림프 비즈킷 역시 준수한 퀄리티의 컴백 앨범인 'Gold Cobra'를 발매했으며, 뉴메탈로부터 벗어나 있던 린킨 파크 역시 2012년의 'Living Things', 2014년 'The Hunting Party'를 발매하면서 왕년의 에너지를 다시금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다.
이 시기 다른 한 편에서는 신진 밴드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였는데, Islander나 Issues, My Ticket Home과 같은 밴드들이 기존의 메탈코어의 문법에 뉴메탈의 느낌을 영민하게 섞고 새로운 혼종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모던 뉴메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Man with a Mission, Crossfaith, coldrain, SiM, My First Story 등 활동 초반엔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던 밴드들이 마치 린킨 파크 부흥 운동이라도 하듯 제각각 자신들의 음악에 뉴메탈스러운 요소와 느낌들을 섞기 시작하면서 뉴메탈은 그 자체로서 온전한 형태로의 부활은 하지 못했지만 여러 단위로 쪼개져 아이템을 드랍하듯 새로운 락/메탈 음악에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한 편, 이러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어떠한 무브먼트를 형성하고 있는 동안, 저 멀리 영국에서는 5명의 청년들이 선배들과 동료들이 깔아놓은 판에 폭풍의 물결을 일으킬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는데...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